난연한 계절/김예린

by 김예린

"아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이제 두꺼운 옷 입어야 해."


며칠 전 아이들은 집 근처 하천 산책에 나서다 징검다리에 주저앉았다. 졸졸 흐르는 하천에 발을 담그며 물장구를 쳤다. 아이들 옷은 튀어 오르는 물방울 세례에 금세 흠뻑 젖었다. 10월이었지만 반소매를 입을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이틀 뒤, 날씨는 손바닥 뒤집듯 공기를 바꿨다. 찬 기운 가득 담아 불어대는 바람은 자꾸만 옷을 여미게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만큼 우리네 일상도, 일상을 대하는 우리 마음도 바늘 하나 꽂을 곳 없이 좁아졌다가 태평양만큼 넓어지길 반복한다.

들쭉날쭉한 마음은 현재형이자, 과거형이며 미래형이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은 매 순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풍선처럼 고비가 찾아왔다가, 물결 위 윤슬처럼 잔잔하고 평화롭게 빛나기도 한다.


웃음과 울음, 환희와 울분의 고개를 지나 시간을 넘다 보면 매 순간이 난연했다. 인상이 절로 찌그러졌던 순간도, 마음이 따끔거리게 아팠던 순간도 시간 뒤에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찰나였다.


별글. 별처럼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었다. 작가들은 '찰나'를 다시 되감아 자신과 마주했다. 거울 비춰 보듯 바라본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어루만지며 저마다의 언어로 풀어 냈다.


'삶이 있는 글을 쓰자. 삶을 쓰자.

(중략)

삶의 글은, 삶의 말로 써야 한다.’'

-이오덕의 글쓰기. p114-115


이오덕 선생은 말했다. 부족한 글짓기 실력은 삶을 온전히 담기에는 그릇이 작지만, 작가들은 단어 하나씩 이어 문장 안에 삶을 담으려 애썼다. 그렇게 지나온 사계절. 시간을 타고 변하는 계절의 냄새와 바람의 온도에 따라, 작가의 글도 얇은 한 장의 티셔츠를 입었다가 두꺼운 외투를 꺼내 들기도 했다.


다섯 명의 작가. 난연한 계절의 궤적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독자에게 말을 걸고 싶어 글을 썼다. 누군가의 청탁도 없었다. 그저 우리의 삶의 모양이 다르지만 그 속에서 사는 우린 같은 감정을 느끼고 살아간다고, 말하고 싶어 쓰기 시작했다.


난연한 계절의 문을 연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그대가 편히 읽고 미소 짓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 김예린 작가.


*난연하다 [형용사]
1. 빛나는 것이 밝다. 2. 눈부시게 아름답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