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놀이터에서 '이걸' 줍습니다
사방 곳곳 흩어진 비비탄 총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플라스틱
“엄마, 이게 뭐야?”
놀이터에서 뛰놀던 아이가 집게 손으로 집어 든 건 6mm 플라스틱 비비탄 총알입니다.
미끄럼틀과 시소 사이를 뛰어다니며 비비탄 총을 쏘던 초등학생들의 흔적입니다.
“형들이 총쏘기 놀이할 때 쓴 거야. 음, 근데 이게 빗물을 타고 하수구로 들어가면, 강과 바다로 흘러갈 거야. 총알이 너무 작으니까 물고기가 먹이인 줄 알고 배탈이 나겠지?”
“응, 맞아. 상어도 거북이도 쓰레기를 먹고 배탈이 났어.”
“그래, 그럼 우리 비비탄 총알 줍기 놀이할까?”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프로그램에는 상어, 거북이 등 해양동물이 플라스틱과 비닐을 먹고 아픈 모습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아이는 만화 프로그램 내용을 떠올리며 제 설명을 이해했습니다.
세 살, 네 살 아이 둘이 땅바닥에 숨겨진 보물을 찾듯 비비탄 총알을 찾습니다.
비비탄 총알은 화단, 미끄럼틀, 시소 아래 등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15분 동안 아이들이 조막만 한 손으로 주운 비비탄 총알이 제 손안에 가득 찼습니다.
“엄마, 이제 총알 더 없는 것 같아. 그만 줍고 미끄럼틀 타자.”
“총알 줍느라 애썼어. 이제 물고기들이 비비탄 총알 먹는 일은 없을 거야.”
바닥에 흩어져있었던 비비탄 총알이 눈에 더 보이지 않자, 아이들은 그제야 미끄럼틀 계단에 오릅니다. 며칠 뒤, 어린이집 하원 길에 아이가 가던 길을 멈춥니다. 보행로 곳곳에 비비탄 총알이 굴러다닙니다.
“엄마, 여기 총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우리 마트 가야 하는데.”
비비탄 총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아이들이 총알 줍기에 나섭니다. 아이는 비비탄 총알을 모아 제 손에 얹어줍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비비탄’을 적어봤습니다.
‘비비탄 500발 4천650원’, ‘비비탄 총, 알 세트 8천950원’
1만 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비비탄 총과 알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비탄 총알을 만드는 회사도, 비비탄 총알을 사서 아이에게 장난감 총을 쥐여준 어른도, 장난감 총을 가지고 논 아이들도 누구 하나 버려진 비비탄 총알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비비탄을 줍는 모습을 보다가, ‘애들아, 그만 줍고 그냥 가자’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려다 다시 삼킵니다. 비비탄 총알이 빗물을 타고 흘러 어디로 갈지 눈에 선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져온 비비탄 총알만 받고 서 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비비탄 총알 줍기에 나섭니다.
“엄마도 같이 주울게, 얼른 총알 줍고 마트에 젤리 사러 가자.”
오늘도 저는 아이와 함께 쪼그려 앉아 비비탄 총알을 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