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조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예린 Jun 22. 2021

달의 기운

"오늘 달 참 예쁘다."

달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재운 뒤 베란다 창문 앞에 앉아 방충망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민다. 며칠째 흐렸던 하늘이 맑아진 날, 오랜만에 밤하늘에 노란 달빛을 뿜어대는 달이 참 반가웠다.


"후-하."


들숨날숨으로 폐 가득 여름 저녁 냄새를 채운다. 집 앞 공원에 피어난 자귀나무 꽃향기가 살짝 코를 적신다. 더운 공기를 차갑게 식히는 바람 불어 얼굴이 간지럽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달의 얼굴이 다르기에, 휴대폰 액정 안에서는 엄지손톱보다 작아지는 달을 애써 찍어본다.


"선정되셨습니다."


'재미있겠는데? 하고 싶다. 해보자'


재미와 흥미를 좇아 지원했던 일들의 답이 속속 들려온다.

지난밤, 침대에 누워 신랑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게 응원해 줘서 고마워."

신랑은 능청스럽게 내 말을 받는다.


"암, 이런 남편이 어딨냐?!"


"크크크크크으으"


침대에 누워  키득거리다,

'어디에 더 감사함을 표현해야 할까'

생각하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달의 기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는 걸까. 어디에 소리 치면 달에 닿으려나, 아닌가 신과 조상에게 감사해야 하나? 천지신명님, 부처님, 하느님, 마리아 님,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님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속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