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

by 내 마음 맑음


항상 내가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즉흥으로 온 주말여행에서 엄홍길 님이 등반한 발왕산 산길을 우연히 만났다. 어느 순간부터 걷는 거라고는 헬스장의 러닝머신 뿐이고, 항상 차만 타고 다니고, 실내에서 운동을 주로 하고 있는 나에게 예쁜 산책로가 아닌 가파른 산길은 불편하지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어쩌면 내 답답한 현재의 마음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발왕산 길에 올랐다. 이틀 전, 몸이 안 좋아서 새벽에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다 병원에 가서 독한 두통 주사와 근육통 주사를 두 번 맞고, 침을 맞고, 약을 먹어 겨우 몸을 일으켰고, 며칠째 음식은 먹지 못하고 있었고, 몸은 아프고 고민은 많았던 번아웃인지 슬럼프인지 나도 나를 알 수 없었던 복잡한 상태였다. 답답한 마음과 굳은 몸을 계속 가지고 다니는 것이 버겁기 시작했고, 항상 그랬듯이 나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며칠 운동을 못했으니 몸이 거친 운동을 갈망하고 있었다. 지쳐있었던 정신은 거친 산을 갈구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오르기 시작한 길이었고, 음악의 힘으로 헬스를 하는 것처럼 음악의 힘으로 조금 올라가다가 금방 다시 내려올 거라고 생각하며 100미터쯤만 걸어가 보기로 했다. 길은 좁았고 잘못하면 발을 헏딧을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길 이었다. 나는 혼자였고, 가파른 산길이 살짝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마침 핸드폰에 배터리가 8%로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아껴야 했고, 음악을 끄고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이제부터는 음악도, 핸드폰도, 남편도 나와 함께 해줄 수 없었고 오로지 나는 웅장한 산을 홀로 마주해야 했다. 그제서야 산속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나의 거친 숨소리와 세차게 뛰고 있었던 나의 심장 소리 그리고 내 발걸음 소리만이 귀에 멤돌았다. 오랜만에 듣는 나의 소리였다. 몇 번이나 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좀 더 가면 쉼터가 있다는 표지판에 계속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허벅지와 발이 아파왔지만 힘든 통증과 이상한 쾌감이 느껴지는 괴상하게 섞인 아픔이었다. 그래도 너무 멀리 올라온 것 같아 돌아가려 했지만 지금까지 올라온 길이 아까웠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새로운 숲길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쓸데없는 승부욕과 오기가 나를 계속 올라가게 만들었다. 마치 이 길만 통과하면 새로운 삶의 길을 만나게 될 것 같아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한참을 올랐을까 정말 아름다운 쉼터를 만났고, 그곳에서 나는 나를 만났다. 내가 이렇게 등산을 좋아했는지, 이렇게 산을 좋아했는지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다. 걱정이 있을 때 관점을 바꾸려고도 해보고, 생각을 안 해보려고 해보고, 자극적인 것을 통해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고릴라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고릴라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어떤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떠오르기 마련이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는 웅장한 산이 있었고, 깨끗하게 정화된 내 마음만이 남아있었다.



잘 풀리지 않는 고민이나 걱정이 있다면 등산을 추천한다. 특히 어렵고 가파른 등산길을 추천한다. 너무 힘들어서 숨 쉬는 것 말고는, 생각없이 걸어 올라가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할 수조차 없는 그런 산 말이다. 자연 깊숙이 들어가면 내가 일상에서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들인지 알게 된다. 산은 아무런 욕심도 욕망도 집착도 없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텅 빈 마음으로 나를 되돌려놓아 주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조금씩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일상을 루틴화 시키고, 시간이 아까워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로 전부 채우고 있었다. 쌓여있는 수많은 일은 언제나 나를 채찍질했고, 생산적인 일이 아니면 시간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나를 다그치게 만들었다. 지친 내 몸과 마음이 이끌어 준 이곳은 나에게 가끔은, 아니 자주, 새로운 도전과 자연 깊숙이 탐험하는 것이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와 마주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걱정이 많을수록 몸을 움직여서 자연 깊숙한 곳에 가보자. 생각이 많을 수록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를 주자.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알아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등산을 자주 하려고 한다. 자연에 대한 향수 때문에, 아프다가도 자연을 흡수하면 다시 살아나는 나이기에 도시가 아닌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나 아니었던가. 어느 순간 자연을 잊고 살았고, 나를 잊고 살았다. 나를 치유해준 고마운 산이 그리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산을 많이 찾게 될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모든 길이 달라보였다. 사실 일부러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을 달리했다.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경험으로 나를 인도했다. 산을 떠나는 길목에 쓰여진 시가 눈길을 끌었다. 이 날의 나도, 이 시도, 이 산도, 이 하늘도, 이 나무도, 장난끼 많은 다람쥐도, 파란 빛깔의 새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산을 만나고 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늘의 이 만남이 앞으로 내가 나아가고 싶은 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나는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두렵지 않다. 그 어떤 길을 만나도 나는 잘 헤쳐나갈 것이다. 넘어지면 어떠랴. 다시 산을 찾을 것이고, 거기서 깊숙한 내면의 나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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