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 내 죽음을 준비했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

by 내 마음 맑음


“아, 깜짝이야!" 남편의 답장이었다.


“혹시 우리가 죽더라도 모든 금액이 아이한테 양도가 될 거야!”라고 내가 뜬금없이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기 때문이다. 물론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성과를 보여주며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노후 준비뿐만이 아닌 연금저축의 용도를 남편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운이 좋게 코로나 전에 고영성 작가를 유튜브 영상과 책을 통해 만났고, 고작가님의 소개로 김성일 작가의 <마법의 연금 굴리기>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직후에 투자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은행에 적금과 예금으로 모아둔 돈을 미련 없이 다 빼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증권사에 방문했다.


일에도 적성이 있듯이 투자에도 적성이 있다. 김성일 작가가 소개하는 투자법이 내 성향이 잘 맞고, 내 투자 방식으로 채택한 이유는 연금저축이 내 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연금저축은 혹시 부모가 연금을 쓰지 못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모든 금액이 아이에게 양도가 가능하다.


글쓰기를 하고 이렇게 글을 공개적으로 남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아이를 위해서다. 혹시 내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내 아이가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맞았을 때 엄마가 남긴 기록을 보고 ‘나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구나! 내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 가득한 부모와의 추억이 인생에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가끔은 어떤 일에 집중할수록 직설적이고 무뚝뚝해지는 나는, 남편과 아이에게 충분히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온전하게 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표현했을 때 더 깊은 마음을 솔직히 말할 수 있고, 더 자세하게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글을 쓴다.


둘째, 가족과의 추억과 성장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아무리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갖고, 아무리 아름다운 장소로 여행을 자주 가도, 살다 보면 부정적인 것을 더 기억하기 쉬운 것이 인간의 뇌이고, 상처와 고통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성향인 것 같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나중에 글로 정리하기로 하고)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록의 중요성이다. 현재에 집중하고, 순간을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던 사람이라서 기록이나 사진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했다. 추억과 경험은 마음에 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결국 사진밖에 남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한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행복한 추억도 사진을 보면 떠올랐고, 단순히 사진뿐만이 아닌 글로 남기면 당시 세세한 감정과 상황까지도 기억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 가족의 행복한 에피소드가 되어 주었고, 서로 함께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소재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글로 가족의 추억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남기는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셋째, 미리 언급했듯이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 이 글이 유산이 되었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자란 아이였는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부모와의 추억이 담긴 글을 보면서 따뜻한 사랑으로 마음을 충전하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훌훌 털고 일어나서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가족과 추억이 담긴 글이 아이에게 에너지가 되고 사랑의 원천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이는 부모와 행복했던 추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넷째, 여기 기록하는 모든 글을 통해 아이의 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를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1.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사랑을 많이 주고,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2.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많은 가족과의 추억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3.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상을 마음껏 탐색할 수 있는 용기와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내가 공부를 하며 끊임없이 성장을 도모하는 이유도 10년, 20년이 지나도 아이가 닮고 싶어 하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서이고, 공부를 꾸준히 해야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아이에게 경험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 나의 죽음을 준비했다. 준비되지 않은 내 죽음을 아이가 무방비 상태에서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혹시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 능력과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기가 최대한 늦춰지기를 바랄 뿐이다. 최소한 딸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내가 아이를 지켜줄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이렇게 죽음을 직시할 때 삶을 직시하게 된다. 죽음을 준비해야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