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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EAful Apr 16. 2022

14. 거짓과 고백

빨간머리 앤 홍차 인문학 14

브로치의 행방불명 : My heart is broken.


소풍과 아이스크림에 대한 기대로 달콤하게 콩을 까고 있던 앤에게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마릴라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수정 브로치가 행방불명된 것이다.


“I did put it back. I’m perfectly certain I put it back.”


앤은 마릴라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허락 없이 방에 들어가서 브로치를 만져보고 옷에 달아보긴 했지만, 분명 제자리에 두었다고 말이다. 화가 난 마릴라는 믿지 않았다. 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It’s a dreadful thing to think she tells falsehoods.

It’s a fearful responsibility to have a child in your house you can’t trust.”


마릴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믿을 수 없는 아이를 집에 들인 책임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릴라는 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소풍에 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행방불명된 브로치는 하나인데 사람의 마음은 양쪽 다 부서졌다.  



피크닉 그리고 차


영국 피크닉(picnic)의 역사는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당시에는 야외에서 즐기는 비교적 간편한 식사를 피크닉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말을 타고 집에서 멀리 떠난 사냥꾼들이 밖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picnic’은 프랑스어 ‘pique-nique’에서 어원을 찾는다. ‘pick 또는 peck’을 뜻하는 프랑스어 동사 ‘piquer’와 가치 없는 적은 양을 뜻하는 명사 ‘nique’가 연결된 것으로 17세기에 처음 등장한다. 피크닉이 주는 즐거움은 변함이 없지만 그 의미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몫을 지불하거나 음식을 가져오는 비공식적인 식사(Littré Dictionary)’에서 ‘포장된 음식을 야외에서 먹는 것, 특히 교외 나들이 때(Oxford English Dictionary)’로 변했다.


피크닉은 17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가져와 즐기는 실내 파티의 일종이었다. 프랑스 혁명기에 영국으로 온 귀족과 상류층들은 런던에서도 피크닉을 즐겼다. 그들은 1801년에 200명 정도가 모여 ‘Pic Nic Society’를 설립하고, 토트넘 거리에 있는 장소에서 모임을 열었다. 참석자들이 가져온 요리와 와인 6병은 식후 오락시간을 더욱 즐겁게 했다. 프랑스의 귀족적인 실내 모임이었던 피크닉은 영국인들에 의해 국민적인 야외 모임으로 성격이 변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피크닉을 대중화하고 일상화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피크닉은 야외에서도 온전한 식사를 즐겼다. 사람들은 야외에서 먹을 온전하고 맛있는 식사를 위해 음식과 음료를 풍성하게 담을 바구니가 필요했다. Fortnum & Mason은 피크닉 바구니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매장이 되었다고 한다. 포트넘 앤 메이슨은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새벽 4시에 가게를 열었고, 피크닉 바구니를 마차에 능숙하게 실었다. 햄퍼(hamper)의 시작은 18세기의 여행자를 위한 바구니였지만, 피크닉을 떠나는 교통수단에 적합하도록 수세기에 걸쳐 변화하여 지금도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에게 티타임은 일상이었다.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더욱 다양해진 티타임은 그들의 팜 하우스는 물론이거니와 테니스 경기장에서도 펼쳐졌다. 그리고 마릴라가 아직 차를 마시려면 1시간이나 남았다고 말하며 이것저것 맛있는 간식을 햄퍼에 차곡차곡 담아서 앤에게 들려 보낸 것처럼 'Picnic Tea'도 그들에게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우리 : We’ll start square again.


마릴라는 숄을 수선하기 위해 꺼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브로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앤은 마릴라에게 자기가 잃어버렸다고 고백도 했는데, 왜 눈치도 없이 브로치가 숄에 달려있는지 그제야 떠올랐다.


“I was wrong—I see that now. I shouldn’t have doubted your word when I’d never known you to tell a story.”


2층 앤의 방으로 올라간 마릴라는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다. 그리고 너를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마릴라는 자신의 생각에 의심도 없이 앤을 의심했고, 만약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소풍을 가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는데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니 정말 기가 막힌 노릇이다. 마릴라는 가감 없이 앤에게 사실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제법 자주 전천후 반성문을 만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반성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디에나 쓸 수 있는 웃지 못할 장점이 있는 글이다. 마릴라가 본다면 분명 제대로 반성하게 할 것이다.


“So if you’ll forgive me, Anne, I’ll forgive you and we’ll start square again.

And now get yourself ready for the picnic.”


마릴라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서로를 용서하자고 했다. IF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의 관계를 제대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마릴라가 마음에 든다. 앤의 마음에는 아마도 ‘picnic’이라는 단어가 먼저 꽂혔을 테지만. 마릴라는 잘못을 인정하고 앤의 소풍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Five minutes ago I was so miserable I was wishing I’d never been born and now I wouldn’t change places with an angel.”


매우 신이 난 앤은 5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비참한 나머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 천사가 되게 해 준다고 해도 소풍과 바꾸지 않을 마음이다. 매튜 아저씨를 처음 만났던 날, 천사 같이 착한 사람은 될 수 없을 것 같다던 앤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나 보다. 아이스크림을 향한 마음이 천사같은 사람에 대한 마음을 앞섰다. 그저 잠시 앞섰을 뿐이다.




원문 : www.gutenberg.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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