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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그릿 Aug 21. 2024

#1 중3, 광진구청에서 "알바"하다.

딱 17일 일했지만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소년가장의 타이틀이 있다 보니 동사무소 복지과에서 연락이 왔다.

 (나름 관리해 주시던 분이 계셨다.)

 

 때는 바야흐로 1995년~1996년을 넘어가는 중3 겨울 방학.


"동석아! 알바해보지 않으련?"

"알바요? 무슨 알바요?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건데요?"

 뭐 아마 이런 식의 대화였을 듯.




 워낙 오래전 일이고 어쩌면 알바라는 단어도 생소했던 시절, 그냥 일한번 해보지 않을래?라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때는 그저 주유소 또는 중국집 배달 내지는 롯데리아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전부였으니까.


아 맞다! 신문이나 우유 배달도 있었지. ㅎㅎ





 고작해야 중학생이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것이 전무했다. 그러다 보니 알바니 아르바이트니 하는 고상한 단어를 붙이기보다는 중국집에서 배달을 한다느니 주유소에서 뭣을 한다 정도의 수식어가 붙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장소를 붙이지 않고서는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서 어색했다고 해야 할지 사회 통념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야 알바를 한다고 하면 그 뒤에 어디서 무슨 알바를 한다고 전할 뿐.


 어쩌면 그때는 핸드폰이 없고 삐삐만 있었기도 했고 정보통이 미약하다 보니 으레 알아서 친절하게 당연지사 장소를 먼저 밝힌 것이었을까?


 몇 층 무슨과에서 일을 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렴풋도 아니고 생각해 낼려고도 한 것은 아니지만 왜 "녹색"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녹색과"라는 과가 있었다면 있었을 수도..... 아무 근거도 증명도 해낼 수 없다.

 총무과였으려나?ㅎㅎ





 공무원 분들은 예나 지금이나 출근 시간은 9시겠지? 그때도 9시 출근이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분들 보다 30분 일찍, 그러니까 8시 30분에 출근을 했어야 했던 것 같은데 딱 8시 30분 까지라는 조항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일찍 나와서 탕비실은 아니지만 "녹색과"(편의상) 중간 어디쯤 책상이었는데 쟁반에 놓여 있던 주전자와 컵을 미리 씻어서 세팅을 해놔야 했다.

커피도 타 드셔야 했고 물도 드시고 싶을 때 드셨어야 하니까.


 이 정도의 기본 소일거리를 마칠 때쯤 한분 한분 도착하셨다. 인사를 나눴고 가끔 커피도 타 드렸던 것 같기도 하고 물도 갖다 드렸던 거 같다.

 나이가 어려서 인지 겨울 탓에 온돌방이었다 보니 이불속에서 움츠리고 늦잠 자기 일쑤.

 그분들 보다 늦게 도착할 때면 아무리 뛰어서 도착을 했다고 해도 좌불안석이자 죄송한 마음뿐이었는데 그리 크게 혼을 내거나 하시진 않으셨다.


 바닥을 쓸고 걸레질을 하고 책상 위 어질러진 것을 좀 치워 드리고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을 해결해 드렸다.





 그리고 대망의 복사.


이건 좀 일머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대형 복사기를 다룬다는 것이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단위당 장수가 많을 때는 서툴다 보니 실수 투성이었다.


뭐 그래도 어찌어찌 잘 넘어간 건지 넘겨주신 건지는 몰라도 역시나 크게 혼났던 기억은 나잘 않는다.


다만........ 정말 할 일을 다 하고도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 내 자리에 해당하는 책상에서 침 흘리며 잠을 자곤 했는데 그 횟수가 많아질 무렵 조금 타이르시며 나무라시는 정도의 수준.


참 점잖으신 분들로 기억을 한다.

(녹색과에 남녀 포함 10명은 넘지 않았다.)

 

 간단한 심부름 정도를 하고 4시경인지 5시경인지는 몰라도 그분들 보단 조금 일찍 퇴근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빡세게 일해봐야 1시간 꺼리의 일에 해당도 안 되는 꿀 중에 꿀 알바나 다름이 없었다. ㅎㅎ








 그런데 중3이다 보니 봄방학이 길고 겨울방학이 짧다 보니 본의 아니게 17일 밖에 일을 할 수가 없었다.


 30일도 채 되지 않는 겨울방학에 12월 말경인지 1월 초인지 암튼 겨울방학 동시에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관계자 분도 내가 좀 더 해주길 바라셨지만 개학이 임박했음을 인지했을 무렵 헤어져야 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ㅜㅜ

(참 좋으신 분들 이었는뎅.ㅎㅎ)






최저임금위원회라고 사이트에서 퍼왔는데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을 참고하면 내가 받았던 최저시급은 시간당 1275원이었다.


하여 내가 17일을 일하고 얼마를 받았냐 하면

대략 34~37만원 정도를 받았다.


대충 계산기로 35만 원이라 치고 17일을 나눠 보니

황당하다.

하루 일당이 2만 588원이었다는 얘기이고 이걸 최저시급 1275원으로 나누면

16시간씩 일을 했다는 건데. ㅋㅋ







 여기서 나름 반전이 있다. ㅎㅎ


일을 그만두고 그분들과 헤어질 때 어느

한분이 봉투 하나를 주셨는데 급여명세표였다.


거기에는 여러 칸에 걸쳐 일목요연하게

잘 명시가 되어 있었는데 온갖 수당으로

기억을 한다.

(그 단어 하나하나 아무것도 기억은

나질 않는다. ㅋㅋ)


 1년 치의 수당에 해당하는 것을

17일로 나눴다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을 뿐.


16시간을 반으로 쪼개면 정확히 8시간이 되는 건데 아마도 그 정도 일은 한 것 같으니까. ㅎㅎ


받은 급여는 며칠 뒤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는데

참으로 뿌듯하고 지금 생각해 봐도 기부니가

좋고 엔돌핀이 솟는다.ㅎㅎ







단, 그 돈을 정말 나를 위해 썼다면 더욱더

기부니가 좋았겠지만 고스란히 아버지께

기부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ㅡㅡ


졸라 빡친 것도 잠시 가세가 기울 만큼

기운 상태여서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젠장, 말 그대로

좋다 말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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