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만화 같은 하루

2025.1.31.

by 중간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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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중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

오늘은 딸과 함께하는 특별한 데이트 날이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첫 번째 코스는 점심 식사.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의 닉스(NYX)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다. 도착하자마자 창밖을 보니 하늘에서 조용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21층에서 내려다보는 겨울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운치 있었다.


코스로 나오는 음식들은 마치 작은 예술 작품 같았다. 세련된 플레이팅이 눈을 사로잡아,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이 나오는 타이밍도 적절해,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어느새 눈발이 굵어져 함박눈이 펑펑 내렸고, 덕분에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코스는 쇼핑. 아빠에게 선물할 벨트를 사기 위해 먼저 사전 답사를 하고, 러쉬 매장에 들러 진한 비누 향을 맡았다. 딸이 친구 생일 선물을 구매하는 동안 나는 강렬한 향기로 후각을 마취시켰다. 정신이 혼미해지면 다음 매장에서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요즘 테니스에 푹 빠진 딸아이는 스포츠 매장을 돌며 용품을 구경하느라 정작 내 지갑은 열릴 틈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일정 중 가장 기대했던 ‘만화 카페’ 방문!

지하에 위치한 카페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만화책들 덕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설렜다. 다행히 딸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가 비어 있어 얼른 자리를 잡았다. 푹신한 바닥과 편안한 쿠션, 낮은 테이블이 있어 만화를 읽다가 그대로 잠들어도 될 것 같은 공간이었다.


책장을 둘러보던 중, 순정만화 코너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바로 캔디 캔디! 국민학교 시절, 매일 오후 6시면 방영되던 TV 만화였다. 그 시간만 되면 동네 대학생 오빠에게 과외 수업을 가야 했기에, 캔디를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던 기억이 난다. 백만 년 전 추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만화방에 온 김에 간식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궁금했던 떡볶이를 주문했는데, 4천 원짜리 떡볶이가 두 젓가락 만에 사라졌다. 다행히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다른 메뉴를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만 7천 원으로 음료와 떡볶이, 그리고 추억의 만화를 두 시간 동안 실컷 즐겼다. 하지만 아직 끝까지 읽지 못한 캔디가 마음에 남아, 조만간 다시 방문할 것 같다.


연휴 중 가장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오랜 직장 생활 동안 해외여행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긴 연휴를 집에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마치 퇴직 후의 예행연습처럼 느껴졌다. 남은 연휴도 오늘처럼 소중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야겠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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