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작은 사치, 딸기 한 알

2025.1.18.

by 중간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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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아침, 창밖의 풍경은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같다. 오늘 산 딸기는 이 단조로운 배경 속에서 강렬한 색채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촉촉이 빛나는 붉은 열매는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생명의 온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딸기를 집어 들고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과육이 터지며 단맛과 은은한 신맛이 입 안에서 어우러진다.


본래 밭딸기의 제철은 봄과 여름의 길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릴 적, 설탕을 살짝 뿌려 그릇에 담아내던 엄마의 손길이 생각난다. 귤 한 알, 바나나 한 개가 귀했던 시절, 딸기도 더없이 특별한 간식이었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 덕분에 온실 속에서 자라난 과일을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가 과일의 제철이 언제인지 알쏭달쏭할 때가 있다.


따스한 계절의 상징인 딸기가 추운 겨울에 가장 달고 맛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신기하게 느껴진다. 온도와 빛의 세심한 관리 속에서 날씨 스트레스를 덜 받은 겨울딸기들은 봄딸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하다. 역시나, 잘 보살핌을 받은 존재는 모든 면에서 다른가 보다. 딸기를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한다. 이 달콤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단순히 과일의 당도에서만 오는 맛은 아닐 것이다.


나는 만들어 놓은 생강차에 딸기를 곁들여 먹는 것을 즐긴다. 마치 봄날을 먼저 맛보는 느낌이라 따뜻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춥던 마음도 스스로 녹아내리는 것 같다. 요즘 누리고 있는 작은 사치다. 딸기값이 만만치 않지만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이기에 아깝지 않다. 한겨울의 딸기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차가운 계절 속에서 건네는 따뜻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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