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23.
동생과 엄마가 계신 용인천주교공원묘원에 들른 후, 우리는 미술관을 찾았다. 점심만 먹고 헤어지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동생이 용인에서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한 듯했다. 마침 우리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좋아하는 성향이 비슷했고,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문아트그라운드였다. 그리고 그곳은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용인지리는 잘 모르지만, 내비게이션을 따라 한적한 시골길을 달렸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끝에서, 예상치 못한 멋진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2월이라 주변은 다소 썰렁했지만, 오히려 그 적막함이 공간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었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복층으로 된 넓은 공간이 펼쳐졌고, 통창 너머로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었다. 카페와 전시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곳에서, 우리는 차와 디저트가 포함된 입장료 12,000원을 지불하고 관람을 시작했다. 팸플릿을 건네받으며, 미술관의 세 가지 공간을 차례로 둘러보라는 안내를 들었다.
'세 가지 공간에서 만나는 나만의 예술.'
입구의 빨간 패널 위로 선명한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의 주요 전시는 현대 미술의 거장, 송번수 작가의 작품이었다. 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그는 독창적인 타피스트리와 판화 작업으로 한국 섬유예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라고 했다.
문갤러리(MOON GALLERY)
1층은 판화와 타피스트리가 전시된 뮤지엄으로, 창밖으로 펼쳐진 자연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복층 구조로 된 2층에서도 커피를 마시며 예술과 풍경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었다. 차분한 조명 아래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카이브(ARCHIVE)
문갤러리 뒤편으로 들어서자, 30년간 수집된 아트북과 한정판 서적이 가득한 조용한 공간이 나타났다. 전시된 책들은 자유롭게 꺼내 볼 수 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는 고요한 몰입감이 느껴졌다. 나는 ‘정리하는 뇌’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위시리스트에 추가했다. 한쪽에서는 턴테이블에서 흐르는 올드팝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음악과 책이 있는 이 공간에서, 나는 오랜만에 아무런 방해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실버스크린(SILVER SCREEN)
엘리베이터 문을 열자, 깜짝 놀랐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공간처럼 꾸며져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국제적인 미디어 아트 팀이 기획한 전시와 음악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 펼쳐졌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만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미디어 아트와 애니메이션이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관람을 마친 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차를 마셨다.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창밖의 햇살 속에서 다가올 봄을 예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단골 대화 주제인 건강 이야기가 빠지진 않았지만 미술과 여행, 그리고 노후에도 배움을 지속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가 들어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따뜻한 차 한 모금과 함께 의미 있는 하루를 정리했다. 문아트그라운드는 단순한 미술관을 넘어, 사색과 영감, 그리고 쉼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봄이 완연해졌을 때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때는 또 다른 감각으로 이곳을 마주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