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머문 생각

생일을 내려놓기로 결심하다

2025년 계획

by 중간착륙



생일, 기념에서 자유로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나이 계산법은 만 나이다. 생일을 기준으로 한 살을 더 먹는 방식이다. 일부 법률에서는 행정적 편의를 위해 만 나이를 기반으로 한 ‘연 나이’라는 개념도 사용한다. 하지만 나는 태어난 해를 1살로 시작해 매년 1월 1일에 한 살씩 더하는 전통적인 나이 계산법에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하루아침에 나이 계산법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내 마음속 심리적 나이는 여전히 익숙한 세는 나이로 흐르고 있다.


50대의 마지막 날들이 이제 손에 꼽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내년에는 앞자리가 바뀌며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다. 올해는 다가오는 60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책을 열심히 읽으며 무엇을 더할지 끊임없이 찾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였다. 이제까지의 삶에서 모으고 끌어안았던 것들을 정리하고 내려놓을 때가 아닐까 싶다.


내 삶에서 덜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일상의 무게를 줄이는 일이다. 그 첫걸음으로 생일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자식을 낳고 보니 생일은 내 탄생을 축하받는 날이라기보다, 한 생명을 품고 세상에 내어준 어머니의 수고를 기리는 날이었다. 출산의 고통을 뒤로하고 내 탄생을 가장 기뻐했을 어머니를 떠올리면, 한때 내가 생일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누렸던 축하의 위세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제 어머니가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그런 위세를 부릴 이유도 사라졌다.


60년 가까이 축하받았으니 이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25년부터는 생일 선물을 주고받는 일에서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생일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부정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안부 전화를 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을 것이고, 여유가 된다면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달력에 생일을 표시하거나 알람을 설정하는 일은 그만두려고 한다. 받았던 커피 쿠폰을 떠올려 비슷한 수준의 쿠폰을 보내는 의무감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다. 기쁨이 아닌 숙제처럼 느껴지는 선물 고민도 멈추려 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아직은 나에게 당당히 위세를 떨어도 될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내 출산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철없는 딸이고, 다른 하나는 엄마를 대신해 주고 싶은 동생이다. 이 두 사람만큼은 여전히 기쁜 마음으로 생일 선물을 고르고 싶다.


또 다른 계획은 내 역할과 책임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모, 형제, 직장 동료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모든 짐을 내 어깨에 올려두는 삶에서 벗어나려 한다. 나 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일이 이기적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오히려 내 삶의 우선순위를 나에게 맞추기로 결심했다.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일들을 탐색하고, 몰두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에 집중하고자 한다.


관계에서도 단순함을 추구할 것이다.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다 보니 진정한 친밀감 대신 피상적인 연결만 남았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에너지를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관계를 선별하고, 그렇지 않은 관계는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며 균형을 찾으려 한다. 나이가 들수록 소중한 관계의 가치가 더 빛나며, 적은 수의 진실한 관계가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삶은 과거의 무게를 덜어내고, 지금 이 순간에 더 깊이 충실한 것이 목표다. 해마다 맞이하는 생일이 단순히 나이를 더하는 기념일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가벼움을 더해가는 전환점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Goodby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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