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by 포도나무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그 말처럼 지난 몇 달을 힘들게 한 것이 없었습니다

갑작스레 아픈 녀석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주말 저녁 응급실에 데려갔지만

약간은 의심쩍은 수치변화가 있을 뿐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원래 사람도..

암이라도 너무 작을 땐 모른다고..

희귀병도 진단명 하나 찾으려면

이런 검사 저런 검사

다 해봐야 그래서 다 맞아떨어져야 된다고..

그렇게들 말하는 것이 생각납니다


간신히 찾아낸 병명에 맞는 약과 사료를 찾기까지

또다시 스무고개를 하면서

이 약이 듣는 건지...?

이 사료는 맞는 건지...?

무수한 날들을 물음표의 바다와 미로 속에서

끝나지 않는 던전깨기를 하듯 매 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한고비 넘겼다 싶었던 그때

녀석의 호흡이 갑자기 멈추었을 때도

결국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8년 동안 누구보다 씩씩하게 밥을 먹던 녀석이

갑자기 눈만 크게 굴리며

발랑이는 코로 한껏 냄새는 맡으면서도

아무것도 삼키지 못할 때

아무도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모름'이란 녀석만

싫다는데도 계속 삶 속에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원인을 찾으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누구의 탓일까... 내 탓인 걸까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었을까

좀 더 일찍 이유를 알았다면, 알기만 했다면

나을 수 있었을까?

겪지 않아도 되었을법한 상실 속에서

물음표를 어떻게든 지우고 싶은

괴로운 시간들을 보내다가


갑자기 내 삶 속에 쳐들어 온 것 같은

'모른다'라는 언어는

사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불행할 때뿐이 아니라

행복한 순간들에도

내 옆에 있었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보호소가 마침 회사 근처라는 걸 알았던 날

이동장에서 꺼내주자마자 깡총거리던 그때

기뻐서 뱅글뱅글 돌며 헤헤 웃었던 그 순간

여름으로 넘어가는 싱그러움에 녀석이 좋아하던

자연 냄새, 풀냄새가 가득한 오늘의 공기

한 번 더 함께 이 계절을 보냈다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아쉬워하게 만드는 붉은 장미들


늘 내 곁에 있어주는 게 당연한 듯했던

평온한 일상의

그 시간들도 어떻게 내게

그리도 오래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고..


8년 전 추운 겨울

녀석이 왜 그때 거기 있었는지

뭘 믿고 내 품에 파고들기로

기꺼이 가족이 되기로 결정했었는지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저만치 거리를 두고 싶었던

모름이란 녀석을

좀 더 가까이

함께 끌어안고 살아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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