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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 자서전 Feb 25. 2022

보이지 않는 미래의 순간

당신의 2022년은 안녕한가요?

‘보이지 않는 미래의 순간’


회사 선배의 SNS에서 본,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맺힌 겨울눈 사진 아래에 적혀있던 문구다. 겨울눈이 추운 겨울 내 남몰래 가득 품고 있는 따뜻한 봄을 알아보는 선배의 눈이 멋있었다. 그리고 난, 나의 2022년을 겨울눈처럼 보내겠다 마음먹었다.


새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일이 오늘이 되는, 매일 겪는 시간의 변화이지만 새해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갑자기  나은 내가 되고 싶고,  그래야만   같은 마음이 든다. 나도 일을   벌써 3년이나 되었고, 둘째도 돌을 바라보니 이젠 새로운 봄을 품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2022 새해를 맞았다.


과정보다는 결과로 평가받는 삶을 살아서일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실패한 것만 같은 찝찝함, 다들 경험해봤을 거다. 난 특히 그랬다. 하지만 겨울눈 사진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겨울눈이 결국 새싹을 틔우지 못하더라도, 봄을 기다리며, 추운 겨울을 살아내며, 싹을 틔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내가 올해 품어볼 나의 새로운 봄이 훗날 내 기대만큼 따뜻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온 힘을 다해 품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과정을 하나하나 즐겨보기로 했다.

 

1. 선택지가 많은 내가 되기

대학을 졸업한지도 벌써 14년이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나의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회사를 곧 떠나야 한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는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해졌다. 이왕 쉬었다 가는 거, 그동안 해야 하는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해보았으니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도 어렴풋하기만 하다. 그래서 어렸을 적 부모님이 나에게 다양한 것들에 도전하며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셨던 것처럼 이번엔 내가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에 도전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첫 번째 도전은, 가르치는 일이다. 신입사원 시절 HRD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일하며 회사 직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했었다. 당시 간간이 강의를 할 기회들이 있었는데 그때의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작지만 나의 힘이 보태어지면서 변화해가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난, 대학 전공과도 연결되는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우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교수법 강의를 수강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과제가 많아 당황하기는 했지만 두 아이가 모두 잠든 조용한 저녁에 나 홀로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 그리고 예전처럼 완벽하게 잘 해내겠다는 마음은 덜어내고 내 숨만큼만 하겠다 생각하며 하다 보니 벌써 4개 코스 중 1개가 끝이 났다.


2. 내 몸을 사랑하는 내가 되기

30대 후반이 되면서 부쩍 내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느낀다. 불편한 곳도 아픈 곳도 많다. 습관처럼 피곤하다, 아프다 말하다 보니 첫째 아들이 내 걱정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엄마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거우니까.


그래서 몸을 좀 움직여보기로 했다. 집안일 같은 노동이 아닌 운동으로 말이다. 운동하고는 세상 거리가 먼 나인데 여기저기 쑤시니 저절로 요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그러다 스트레칭보다 좀 더 적극적인 운동을 해보고 싶어 어릴 적 좋아했던 발레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업 첫날, 선생님이 발레를 얼마나 했냐고 물으셨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했지만 내 몸이 너무 부끄러워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선 초급반에 들어가서 시작을 했는데 역시나 내 몸은 무겁고 삐걱거렸고, 선생님은 나의 과거를 눈치채지 못하셨다. 좌절. 하지만 계속 좌절만 하고 있으면 먼 훗날 더 무겁고 약해진 내 몸을 보며 더 큰 좌절을 할 것 같아 우선 계속해보기로 한다.


3. 위로가 되는 취미를 가진 내가 되기

나에게 제일 어려운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취미가 뭐냐는 질문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 나의 취향은 강하지 않고 취미는 꾸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하는 말이 “예쁜 꽃 보면 네 생각 나.” 내가 봄이 되면 후리지아 사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꽃 선물을 하는 걸 즐기고, 우울할 때 꽃을 사며 기분전환을 하는 걸 아는 친구다. 요즘 도통 꽃을 사본적도 선물 받은 적도 없다고 하니 친구는 나에게 “너를 잃지 마.”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나의 취향을 다시 깨닫고 꾸준한 취미로 발전시켜보기로 마음먹었다. SNS를 뒤져 동네에서 마음에 드는 꽃 수업을 찾았다. 생화가 아닌 하나하나 보존처리를 해서 오랜 시간 모습을 유지하는 프리저브드 플라워 수업이었다. 장미 잎을 한 장 한 장 뜯어 뒤집어 붙이니 러넌큘러스가 되는 마법 같은 과정을 보며 프리저브드 플라워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복잡해서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을 때, 혹은 정성을 가득 담아 선물하고 싶은 소중한 누군가가 생각날 때, 멋지게 꺼내들 내 미래의 취미 카드 1번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미래의 나에게 따뜻한 봄을 선물하기 위해 어쩌면 더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스스로 응원을 해주고 싶다. 봄이 오지 않더라고 그 봄을 위해 내가 쏟은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리고 노력으로 가득 찬 그 여정 속에서 내가 느낀 행복 또한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고 있다고. 그러니 걱정하거나 멈추지 말라고.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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