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완성 자서전 Jan 14. 2023

새해에도 날 살게 할 브런치

가끔 나에게 브런치를 왜 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처음엔 막연하게 언젠가 나도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그 꿈에 닿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브런치에 희망을 갖는 이유는 바로 브런치가 나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힘든 날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어릴 적 나는 힘들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했었다. 죄 없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붙잡고 구구절절 힘든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었다. 타인의 인생을 완전히 이해하는 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에게 이해받고 위로받길 원할수록 더 깊은 외로움과 만나게 된다는 것을. 결국 나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가 가장 완벽하고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이는 술로, 어떤 이는 노래로, 또 어떤 이는 운동으로 힘든 날을 겪어낸다. 나에겐 브런치가 그런 존재이다.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한 나 자신을 나라도 잘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과 머릿속의 이야기들을 글로 옮기다 보면 흐릿했던 시야가 맑아지고, 곧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과잉임을 깨닫는다. 글을 쓰기 전에는 분명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 같았는데, 글을 쓰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있곤 한다. 그렇게 나는 내 글에서 그 누구보다 큰 위로를 받으며 또 다른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는다. 그리고 오늘도 이 글을 쓰며 내일을 위한 또 하나의 밤을 보낸다.


또 누군가 물었다. 글로 위로를 받고 싶은 거라면 그냥 일기를 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많지는 않지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그중 몇몇의 마음에 닿아 그들을 위로해 준다는 걸 느낄 때, 난 희미해지는 것 같았던 나의 인생이 다시 또렷해짐을 느낀다.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서로 이름도 모르는 우리가, 찰나의 순간이지만 마음이 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값진 일인가. 그리고 그 경험을 딛고 또 한 발자국 걸어 나갈 힘을 얻는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나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효능감은 덤이다.


내가 노력하는 한 늘 그 자리에 있어줄 브런치는 스스로 찾은 나의 건강한 도피처이자 나를 더 꾸준하고 강하게 나아가게 하는 나의 효율 좋은 연료이다. 올해는 더 자주 만나자.

작가의 이전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