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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 자서전 Jun 03. 2022

매일을 목숨 걸고 살아야 한다면

얼마 전 미국 텍사스주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2명의 선생님과 19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총기 참사가 일어났다. 미국 방송사들은 대표 앵커와 기자들을 현장으로 파견해 연일 해당 참사를 특보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이런 사고들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총기사고 소식을 놀라울 만큼 자주 접하지만 무뎌지지 않는 이유는 그 사고들이 마트, 학교, 지하철, 교회, 병원 등 우리 일상 속 평범한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피부색과 성별 등 나의 다름 때문에 범죄의 타겟이 되거나, 혹은 단지 우연히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분노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기막힌 일들이, 언제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살 수밖에 없다.


미국 내 크고 작은 총기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총기규제가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정치적 상황을 볼 때,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가야 할 길이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고 집 밖으로 안 나갈 수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날 거라며 무시하고 살기도 어렵다. 이렇게 총기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참사 현장에서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지만 끔찍한 기억을 머리와 가슴속에 품고 살아야 할 또 다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뿐이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슬픔을 딛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다시 내딛을 때 힘이 되어주는 방법은 슬프지만 그 참사들이 더 나은 미국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보태는 것이 아닐까.


아들 또래들이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희생된 사고여서 일까, 아니면 뉴스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나도 나름의 마음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여기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끄적여본다. 모두를 위해 더 안전한 미국이 되길 바라며.


“우리는 집을 나서며 다시 집으로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We should be able to live our lives without wondering if the next trip outside our home could be our last. We should. But in America, we can’t.)
- 오바마 대통령, 2021년 3월 콜로라도의 한 마트에서 일어난 총기참사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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