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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예라 Aug 29. 2022

코로나, 안녕?

나는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처음 어린이집에서 감염이 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아들의 코로나는 순식간에 나, 남편, 그리고 딸에게 차례로 전염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아들이 즐겁게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영상을 올리고, 이제 정말 어린이집 적응이 끝난 것인가 하여 홀가분한 기분을 느낀 지 만 하루 만의 일이었다. 우리 가족은 하루와 이틀 차로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고, 약 6일을 한 공간에 있었다. 넷이 함께 식사를 하고, 넷이서 단체로 약을 먹었는데, 혹시나 서로의 약봉지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하게 약봉지를 뜯었다.


네 명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지 않았던 나는 줄곧 물먹은 솜처럼 늘어져 있었다. 어느 날 밤은 오한으로 온몸을 떨며 이불을 덮고, 핫팩을 껴안고 있었다. 또 어느 날은 열이 나서,  또 어느 날은 장염 증세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시간들을 보냈다. 재택근무와 내 몫의 집안일을 병행하던 남편이 식탁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으라고 요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조차 힘이 들어서 금세 기진맥진했다. 몸이 연약해진 탓에 남편의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상해 눈물까지 핑돌다가 자가격리 5일 차에는 기어이 남편과 말다툼을 했다.  둘 다 힘이 없어 누워서 목소리만 간신히 내면서 "이러려고 결혼했냐..."는 매우 진부한 멘트까지 날려가면서 몇 시간 동안 싸웠다. 중간중간 목이 말라 물을 마시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서운한지에 대해 열심히 주장했다. 진정, 남편이라는 존재는 아침 일찍 헤어졌다 저녁에 다시 만나는 것이 가정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됨을 실감했다.


어린이집에 며칠째 가지 못해도, 거실에서 즐겁게 놀고, 노래 부르고, 중학생 누나의 얼굴에 겁 없이 공을 던졌다가 볼 꼬집힘을 당하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가 정녕 코로나 양성이었단 말인가? 혹시 오진 아닌가?' 


아들이 호흡곤란이나 고열에 시달리지도 않고, 딱 하루 아프고 기운을 되찾아 얼마나 다행이던지. 거기에 이 고통스러운 코로나를 내가 가족들에게 감염시켰다면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며 제대로 앓지도 못했을듯하다. 그래. 마냥 해맑은 5세 아들로부터 내가 감염되어 차라리 다행이었다. 돌림병처럼 일주일씩 차례로 앓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모두 앓고 지나가서 다행이었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다행한 일과 감사거리가 줄줄이 떠올랐다. 


그렇게 크고 작은 일에 감사거리를 찾으며, 우리는 각자에게 할당된 약을 모두 먹고, 격리 해제를 맞이했다. 남편은 출근을 했고, 아들은 어린이집에, 딸은 학교에 갔다. 여전히 나는 컨디션 난조로 의자에 앉아서 간단한 글 쓰는 것조차 힘들지만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믿어보려 한다. 아침, 저녁으로 청소기를 밀고, 아들의 장난감을 정리하고, 딸의 방을 청소해주고,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가족들의 식사를 정성껏 준비하고, 즐겁게 글을 쓰던 나의 일상 역시 곧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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