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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예라 May 04. 2023

스타트업 도전기 No.1 일단시작!

"얘. 그게 바로 경단녀라는 거야!"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는 후배의 말에 '아이들을 돌보며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다.'라고 말하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녀가 나를 향해 툭 내뱉은 한마디였다. 이어서 자기는 원래 솔직한 사람이라 없는 말을 못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의 이죽거림에 그만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말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태도와 뉘앙스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경단녀'가 주는 어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표정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그녀의 말을 들은 직후 뒷골에서부터 시작된 뜨거운 기운이 척추를 따라 흐르는 것 같았다. 모처럼의 즐거운 모임을 그녀의 한마디로 망치고 싶지 않아서, 애써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경단녀라기 보다는 작가로 경력 전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집으로 돌아오며, 그녀가 나를 가리켜 '경단녀'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의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봤다. 나는 열심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신생아인 아들을 키우며, 대학원 졸업을 하고, 작가 수업(남인숙 작가님의 글쓰기 강좌)을 두 차례 완강하고, 100편 글쓰기 챌린지에도 참여하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주어진 24시간을 꼬박꼬박 살아내며 무척이나 계획적으로 생활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난 '수입'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의 성실하고 자랑스러운 삶에 대해 그녀는 단 세 글자, '경단녀'로 요약해서 칭했던 것이다. 그래. 이토록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지 않는 나는 '경단녀'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더불어, 가족들과 만들어간 아름다운 시간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 덕분에 찾게 된 두 번째 직업인 '작가'의 길을 찾은 기쁨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탄스럽게 여기며 감사하기로 했다.


마흔 살이 되어 찾게 된 '작가'라는 직업은 내가 '스타트업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는 사실을 얼마 뒤에 찾아온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트랜디한 아이디어와 만나면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음껏 실행해 보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자본금, 멘토링, 기술 지원 및 교육지원을 해준다는 정보를 접했다.


'나도 이제 회사 대표로 경력을 한 번 더 전환해 볼까?'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이 여전히 두렵기는 했다. 그렇지만 어쩌면 가능할 것 같다는 조그마한 용기가 움텄다. 그렇게 나는 6년간의 '경단녀'생활을 마치고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걸음의 모든 순간에는 바로 '글쓰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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