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Responsible for Yourself.

- 첫 담임을 보낸 새내기 교사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흔히 인생의 목표라 불리우는 '직업'과 '진로', '자아 실현'은 서로 다른 개념이며 이 셋의 연결고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직업을 가지면 인생의 길(진로)이 보일 것이며, 일을 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과업 달성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현 시대에서 이 세 가지 개념은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다. 자신의 직업이 원하는 인생의 모습을 실현시켜 주는 것은 기대도 하지 못하거니와 자신만의 시간도 없이 하루를 꼬박 회사에 헌납하는 직장인들의 삶에서 자아 실현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그러한 의미에서, 곧 사회에 나갈 아이들에게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대학과 안정적 직장이 인생의 끝이라 생각하고 달려간다면 그 이후의 삶에 대하여 큰 회의감을 느끼기 십상이니까.


1년 동안 학부모와 아이들을 상담하며 가장 크게 느낀 문제점은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이유가 전혀 없이,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나도 하지 않고 진로 설계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아이들은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해지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부모님이 사주신 옷과 신발을 아무 저항없이 그냥 입고 신다가 이제 슬슬 본인이 좋아하는 '나이키 조던 시리즈'의 운동화,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깔'이 입혀진 옷을 고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교복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재단된 브랜드를 골라 구매하지만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의 모습을 단 1분이라도 고민하는 데에는 너무나 인색하다.


'공부 왜 하니?'

'대학 가려고요.'

'대학은 가서 뭐하게?'

'취직하게요.'

'취직한 다음에는 뭐하게?'

'결혼해야죠.'

'결혼한 다음에는 애기 낳고?'

'네.'

'그 다음에는? 그럼 넌 애기 낳으려고 공부한건가?'

'...'


대학을 진학한 후에도 딱히 이렇다할 살길이 열리지 않는 이른바 '헬조선'의 시대에서 자신이 어떠한 인생의 가치를 좇고 어느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은지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남은 생애 동안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삶을 원망하며 망망대해에서 길 잃은 부표처럼 표류할 것이다. 무엇보다 슬픈 점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모습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어떠한 인생을 그릴지 고민하지 않은 채 무작정 목표를 세우고 연필을 쥐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인생의 모습, 즉 진로 고민에 대한 해답은 무릎을 탁 치며 얻어지는 깨달음이 아니다. 스스로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신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needs와 want에 귀기울일 때에, 즉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때에 서서히 찾아질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올 한 해 우리반의 목표는 '인생의 큰 밑그림 그리기'로 설정하려 한다.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인생을 치열하게 고민해 보는 1년을 보내고 싶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난 후 고등학교 시절의 그 고민은 아이들에게 탄탄한 밑거름이 되어 그들의 인생을 잘 헤쳐나갈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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