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퇴사가 정답인건가요? 살려고 글 씁니다.
교실에서 나를 만나 단 한 명이라도 인생이 바뀌는 제자가 있다면 그걸로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교사가 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적을 기대하고 교직에 발을 디뎠다.
그런 기적은,
“너희 아버지 뭐하시니? 너 부자야?”
“네? 저희 아버지 재산은 아버지 것이죠.”
“아버지 죽으면 네 거잖아? 아버지 빨리 죽으면 되겠네? 그럼 빨리 죽여, 그럼되지.”
“???????!!!!!!!!!!!!!!!!..................”
“술 잔 안들고 뭐하는거야? 잔 채워.”
“...네.”
“야 너 술자리 예절 잘못 배웠냐? 알려줄게. 어른이 위에 잔 들면 너는 무조건 그 아래야. 알겠어? 해봐.”
- 술잔은 어깨 높이에서 허리로, 허벅지로, 종아리로, 술집 바닥으로 내려갔다. 당연히 나는, 어깨 높이보다 더 아래로, 허리 높이보다 더 아래로, 허벅지 높이보다 더 아래로, 종아리 높이보다 더 아래로, 그리고 더 내려갈 수 없는 바닥으로 수치심과 굴욕감을 갖고 잔을 들고 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너편에는 깔깔 대며 행복하게 웃어대는 소위 부서의 선배라는 선생과, 그 선생의 ‘시다’ 역할을 하는, 선생님이라고 불리지만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행정일을 맡아서 하지만 본인이 잘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만 업무를 처리해주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꺄 반장님 사랑해요~~~~~~~ 제가 이래서 반장님을 좋아한다니까!!”
"아이 반장님~"
기가 찼다.
병신같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도 없더라.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겨우 자리를 빠져나와 통곡했다.
술잔을 아래로 치라는 그 사람은 인쇄실에서 한 두 번 본 ‘반장님’이라는 사람이었다.
26살, 갓 부임한 초임학교의 5월 술자리에서 일어난 이 사건으로 내가 알았어야했는데.
내가 알던 학교는 이런 학교가 아닌 것을.
그 때 알았어야 했는데.
여기엔 나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나의 불행은 교사라고 불리는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있으며,
나의 아픔은 관리자들의 불편이니 나하나 닥치고 눈감으면 그만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그냥 그 때 그냥 도망쳐야했다는 것을.
이런 일화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바란 기적은 나의 망상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다만, 아이들은 잘못이 없고, 예뻤다.
오직 그 사실 하나로 나의 교직 생활 버티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