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휴직 중이라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지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치과 진료가 있을 때 잠깐 서울에 다녀온다. 이번에 갈 때는 꼭 하고 올 일이 있었다. 바로 단골 카페의 1주년 축하.
집 앞 카페는 나보다 어린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작년 9월 중순에 열었는데, 카페 인테리어를 하던 모습부터 접했던지라 시작부터 함께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사장님을 처음 만난 때는 작년 이맘때쯤 출근 시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너무나 밝은 미소로 맞이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커피를 몇 번 사 마신 어느 날, 문을 나서며 사장님께 외쳤다.
"잘 되실 것 같아요. 커피가 진짜 맛있어요. 근처에 직장이 많으니 테이크아웃해 가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리 고 주변에 이런 감성의 인테리어를 한 곳이 없어서 인기 많을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은 작은 가게의 공간이 부족할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찰 때가 많았다. 거 의 모든 음료가 맛있거니와 사장님의 배려심 가득한 태도, 멋진 인테리어, 적당한 가격이 빛을 발한 것 같았다.
휴직을 하며, 나는 사람들이 없는 오전 10시쯤이나 애매한 오후 4시쯤 이곳을 찾곤 했다. 말 한 마디 안 할 때가 많은 휴직 기간이었기에 사장님의 웃음 띤 눈인사만으로도 환대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장님은 곧, 낮 시간 에도 카페를 찾는 내가 병휴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식사를 하지 않은 내게 메뉴에도 없는 바게트 빵을 구워 맛있는 잼과 함께 내어주기도 하고, 말차라테만 주구장창 먹는 나를 위해 메뉴에는 없지만 본인이 가끔 먹는다며 맛있는 쑥라테를 따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카페 한 켠을 채운 책을 읽고 책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사장님이 새롭게 시도하는 베이커리류의 첫 번째 시식자가 되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나 또한 다른 곳에서 맛있는 빵을 접할 때면, 예쁜 사장님이 생각나 하나 더 포장해 와 사장님께 선물하기도 했다. 나는 사장님이 건네는 미소, 따뜻한 안 부 인사, 갖가지 간식들로 몸도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카페에서 음료를 시켜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근처 회사원, 반려동물 애호가, 사장님 친구, 동네 이웃, 카센터 직 원분들이 오고 갔다. 의도치 않게 사장님의 대화 내용도 듣게 될 때가 많았는데, 친구들과 대화에서 그 나이대 젊은이들의 연애사, 고민들을 듣게 되기도 하고, 언젠가 건물주와의 대화에서는 젊은 사장님이 근처 가게 사람들과 겪었던 어려움들을 듣게 되기도 했다. 나보다 적어도 다섯 살은 어려 보이는 사장님이 한 가게를 운영하고 오롯이 책임져 나가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계절이 바뀌어 가는 풍경을 마주하는 동안 예술 감각이 뛰어난 사장님 덕분에 철마다 바뀌는 가게의 인테리어, 테이크아웃 종이컵의 디자인, 메뉴 안내판을 보는 것도 작은 기쁨이었다.
"와, 이 포스터 정말 예쁘네요. 혹시 디자인을 전공하셨을까요?”
"아... 그건 아니에요. 제가 이런 거 만드는 걸 그냥 좋아해요.”
올 9월,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이 카페가 1주년을 맞았다. 때로는 맛있는 빵, 때로는 달콤한 쿠키, 영양가 많은 팩을 선물해 주기도 했던 사장님께 축하를 전하고 싶었다. 꽃이나 화분을 선물할까 하다가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 달콤한 간식거리를 사서 작게나마 포장하고 메모를 썼다.
"이거... 작지만, 1주년 되신 것 같아서 축하의 의미로 사 왔어요! 우여곡절이 많으셨을 텐데, 축하드려요!”
"와! 감사해요! 제가 되려 챙겨드려야 하는데... 세상에! 그런데, 몸은 좀 어떠세요?”
"8월에 추적검사 했는데 두 군데 다 종양 크기가 줄었대요. 많이 건강해졌어요.”
"와~ 정말요? 와! 근래 들은 소식 중에 제일 기뻐요! 너무 축하드려요! 잠시만요. 축하의 의미로 여기 초코케 이크 포장해 드릴게요. 제가 먹어보니 맛있더라고요! 와, 너무 기쁘다! 가서 맛있게 드세요!”
"아이고…….”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축하와 선물이었다. 휴직하는 동안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오랫동안 해 온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는 ‘따뜻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만나는 이들에게 자신의 밝고 빛나는 점을 알려주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 동네에 사는 동안 저 좋은 사장님과 서로 좋은 이웃이 되어, 웃음과 따뜻함과 맛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다!
휴직 기간 동안 안락한 공간을 내어주고 눈빛, 말, 작은 선물들로 온기를 전해준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과 ‘카 페 1주년 축하’를 전한다.
Congratulations! First anniversary!
2024.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