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6개월마다 있는 자궁 검진을 받기 위해 대학 병원에 다녀왔다. 복직 후 출혈이 다시 시작될까봐 염려가 있었는데 6개월 동안 5월 빼고는 꼬박 생리를 하고 부정출혈도 크게 없어서 걱정 없이 갔다. 대학병원은 초진 빼고는 딱히 교수님이 초음파까지 보지 않고 초음파를 보는 분이 따로 계신데, 산부인과 초음파를 보시는 분이 하는 질문은 대략
"성경험 있으시지요?"
"생리는 언제 하셨어요?"
"임신 가능성이 있으신가요?"
이다. 질 안으로 기구를 집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첫 번째 질문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은 병변의 모양이 호르몬, 임신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궁에 용종이 하나 있는데 몸이 좋지 않으면 출혈을 하는 것 같다. 이 용종의 모양이 이상하게 변한다거나 크기가 많이 커지면 떼어내는 수술을 하면 되는데 수술 자체는 간단하지만 떼어도 또 생길 확률이 있고 나처럼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자궁에 인공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출혈이 많다면 말이 달라지는데, 출혈 자체가 몸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떼어내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 담당 교수님은 이왕이면 수술을 하지 말자는 주의시고 나또한 그러하여 6개월 마다 검진 중이다.
오늘은 초음파를 봐 주시는 여자 의사선생님께서 검사를 하다가 내게 질문했다.
"혹시 최근 생리 기간은 언제였나요"
"2주 전이요~!"
"혹시 임신 가능성이 없으신가요?"
"네. 전혀 없는데요."
"여기 아기집 같은게 보여요"
?? ㅋㅋㅋㅋㅋ
최근에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를 보며 처음 듣는 언사들로 많이도 웃었는데 아직 들을 '처음 듣는 말'들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혹시나 임신 가능성이 있었으면 식은땀이 날만한 상황이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었기에 살다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초음파 선생님을 안심시켜 드렸다 ㅋㅋ
최근, 관계는 없었는지 재차 물으시고 화면을 몇 번을 더 보시더니 급기야 교수님을 호출하셨다. ㅋㅋ
'아니..슨상님..머선 일입니까...'
교수님 : "아, 정말 아기집처럼 보이네~ 허허. 임신 가능성 없으시지요?"
"그럼 용종이 모양이 변했나보네~~"
내 평생 태어나 그렇게 많이 "임신 가능성이 없음"을 피력했던 적이 있던가.
교수님이 나가시고 초음파 선생님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면서 '음.아기집은 저렇게 생긴 것이군' 학습하고,
"근데, 이게 아기집이 아니면 더 심각한 거 아닌가요? 뭐 안 좋은 건가요? 모양이 저렇게 변해도 괜찮나요?"
라고 물었다.
괜찮다는 대답.
크기가 커진 것도 아니고 용종은 왜 저렇게 모양 변신을 했을까? 나를 놀래키려는 것인가.
초음파실을 나와 교수님과의 면담을 기다렸다. 오전부터 환자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간호사 분들이 지쳐 있었고 60분 대기 지연이 있었다. 휠체어에 탄 임산부와 남편, 혼자 보험 서류를 알아보고 있는 임산부, 나이가 많은 여성들, 미혼 여성들(추측) 등 다양한 환자가 있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나 자궁내막증이나 물혹 등 여성이라서 지닐 수 있는 질병을 안고 모두 이곳에 모였겠지 싶었다. 휠체어에 탄 임산부는 공기가 빠진 튜브처럼 축 늘어져 있었는데 오후에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간호사로부터 듣고 있었다.
나야, 오늘 준비되지 않은 '아기집'의 존재를 처음으로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았지만 저들은 몇 개월간 품 속에 지켜온 아기집/아기 일텐데 대학병원에서 수술 앞두고 얼마나 심란할까 싶었다. 저들에게 무사와 안녕이 깃들기를.
오래 기다려 만난 의사 선생님은 여전히 스윗하고 따뜻했다. 초음파 볼 때도 자궁 쪽에 손을 대어 주시는데 참 따뜻하고 마음도 안정이 된다.
"아기집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임신 가능성은 없다 하셨지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전혀 없습니다."
ㅋㅋㅋ의사 선생님이 "죄송합니다" 하며 크게 웃으셨다.
"결혼 계획은 있으실까요?"
"있으면 좋을텐데 없습니다" ㅋㅋ
"죄송합니다" ㅋㅋㅋ
과 특성상 수술을 결정할 때도 필요하기 때문에 늘 하시는 결혼 계획 질문 ㅋㅋ 내가 웃기게 대답하면
매번 웃으며 죄송하다고 하신다.
용종은 모양이 나쁘지도 않고 크기가 커진 것도 아니지만 모양이 바뀌어 물을 머금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하시어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이번에는 3개월 뒤에 보기로 했다.
자궁 용종이야 큰 병도 아니고 대한 민국 여성에게 흔한 질병이지만 몇 개월마다 검진을 할 때마다 긴장은 된다. 큰 병원에 올 때마다 일상이 거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찌하면 순간을 포착하여 누릴까 한다. 병원에 오는 경험도 너무 무겁지 않았으면 해서 다녀 가는 길에는 늘 맛있는 식사를 하곤 한다. 이번에는 서브웨이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오랜만에 예전 집 단골 까페를 들렸다 왔다. 순대국 집이 있었던 자리에 큰 씨유 편의점이 들어와 있어 변화가 새로웠다. 선택적 친절을 베푸는 복권집 여사장님은 여전히 그대로고 따뜻한 까페 사장님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최근에 쑥라테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나로 인해 생긴 메뉴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안부를 나누고 쑥라테를 주문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오셔서 너무 반가워서 제가 한 잔 드릴게요" 라며 음료를 대접해 주셨다. 손사레 치지 않고 기쁘게 감사히 마시고 왔다. 다음에는 내가 예쁜 꽃이나 식물을 선물해야겠다.
2025.7.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