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점심, 맛있는 음료가 먹고 싶어 근처에 가던 밀크티 맛집을 지도앱으로 열어 메뉴를 다시 살폈다. 아니, 근데 이거 머선일인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내일까지만 운영한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다른 까페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가 많고 좋은 재료를 쓰고 최근까지만 해도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여 계속 잘 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본래도 오늘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공지글을 보고 더욱이 음료를 사먹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준미 밀크티를 주문하고 음료를 받으며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여기 음료가 너무 맛있는데 내일까지만 한다고 공지글 봤어요. 너무 아쉽네요"
"네, 그렇게 됐어요..."
"메뉴도 너무 맛있고 새로 만드시는 메뉴들도 창의적이시고 해서 잘 되고 계신 줄 알았어요... 혹시 생각보다 찾는 손님이 적어서 였을까요..?"
"아니요. 사실 찾아주시는 분들은 꽤 계셨는데 남는 게 없었어요..제가 3월에 오픈해서 6개월 정도 운영했는데 남는 게 거의 없었어요.."
"아..."
사장님께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사정을 말씀해 주셨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기를 기다리셨던 것처럼.
"어떤 때는 식비도 안 나오는 날도 있었어요. 좋은 재료를 썼는데 가격을 더 올리자니 제 성격상 그러지도 못하겠고, 그런데 또 인건비는 안나오고 해서 고민 많이 했는데 닫기로 했어요."
"네... 제가 봐도 이런 곳이 잘 없더라구요. 밀크티, 커피 좋아해서 참 여러 군데 다니는데 여기처럼 직접 냉침하고 거기다 알룰로스로 당도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없거든요. 제가 지난 번에 말차라테도 알룰로스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썼는데 오늘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더라구요."
"네, 제가 밀크티도 좋은 재료들로 직접 냉침하는데 공이 많이 들어가요. 말차라테도 원래 제주산 말차가루를 썼는데 그 파우더에는 설탕이 미리 첨가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는데 누가 교토산 말차가루가 맛있다고 해서 제가 만들어 먹어보니 진짜 맛있더라구요. 설탕 가루도 들어가 있지 않아서 손님들께서 시럽 추가를 선택할 수도 있어서 좋고... 근데 확실히 가격이 더 비싸요 ^^"
"아...그러셨군요."
"제가 그동안 남는 거 없이 손님들께 다 퍼드린 것 같아요. 여기가 월세도 생각보다 비싸거든요..인건비 이런 거 까지 생각하면 장사를 이어가기가... 제가 장사할 성격에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다른 곳에서 그렇게 파는 이유가 다 있구나 싶기도 하고.. "
"네, 제가 봐도 1000원씩 다 올려도 괜찮은 메뉴들이긴해요. 좋은 재료들에, 음료들이 정말 맛있고, 메뉴들도 창의적이라서 혹시나 다음에 가게 오픈하시게 되면 이런 걸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위치에서 가격도 적정히 하시어 잘 되시길 바랄게요!"
"네, 다음에는 좀 더 준비해서 해 보려구요. 말씀 감사해요."
사장님께서 앞으로 또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신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되실까? 다른 곳처럼 섞기만 하면 되는 값싼 말차파우더, 밀크티 파우더를 사용하시게 되실까? 사장님의 성격상 그렇게 메뉴를 파신다면 아예 장사를 안하실 분이실 것 같다.
장사는 철학이 중요하지만 일단 이윤창출이 1순위 목적이므로 사장님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이윤을 창출하시려면 일단 위치 선정이 중요할 것 같다. 메뉴, 친절도는 출중하니 주중 시간에 다 직장에 가는 현재의 주거단지가 아니라 테이크아웃을 많이할 직장 근처 위치를 잡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도 여기 음료가 너무 맛있지만 동선과 오픈 시간이 맞지않아 음료를 사 먹을 때는 직장 근처에서 테이크 아웃하게 됐다. 주말에는 집을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자리가 없는 이곳말고 자리가 있는 카페에 가게 됐다.
직장 근처 상가는 이미 임대료가 높을 수 있으니 장소를 잘 찾으시면 좋을 것 같다. 쓰고 보니 지난 집 단골까페의 특징을 써 놓았다. ㅋㅋㅋ 그 사장님은 좋은 재료를 쓰면서도 승승장구하고 계시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직장 근처 카페에서 자리를 잡으시어 점심 시간 때 손님이 정말 많다. 인테리어도 잘 해 놓으시어 앉았다 가는 사람들도 많다!
다음에 이 사장님도 지금의 투박한 인테리어말고 감성 인테리어도 좀 하시면 어떨까... 무엇보다 가격을 살짝 올리셔도 될 듯.지금 위치는 찾는 사람이 꽤 된다하셨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이 있어야 운영이 되는데 인원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지역이므로 박리다매가 가능할 위치 또는 가격을 더 올리고 그 가치를 지불할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테이크 아웃한 말차라테는 저엉말 맛있었다. 그리고 아쉬움도 더 커졌다. 이렇게 맛있는 음료들을 이제 마실 수 없다니 ㅠ
음료를 다 마시고 카페에 다시 가서 사장님 응원 겸 월요일에 직장 동료들과 나눠마실 생각으로 밀크티 보틀병 6병을 예약 주문하고 왔다. 내일 음료를 받아오며 마지막으로 뵙게 되면 지난 집 근처 단골카페의 장사 비결도 공유하고 교토 말차가루 제품도 여쭈어 봐야지ㅋㅋ 좋은 사람들이 계속 잘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 날 방문
2025.8.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