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강릉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공간은 <오어즈>였다. 서울, 베를린을 거쳐 강릉에 정착한 부부가 운영하는 편집샵이었다. 특히 엽서가 많은 곳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엽서를 기념품으로 수집하는데 이번 여행을 기념하기 무척 좋은 곳이었다.
가기 전, 검색해 보니 유튜브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얼마 전 아기도 낳으셨다. 책 표지 디자인도 하고 계셨다. 엽서도 본인이 직접 작업한 작품 같았다. 흥미가 일었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여니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수많은 엽서에서 마음에 드는 엽서 세 종을 골랐다.
하늘과 바다를 담은 엽서 2장, 나무를 담은 엽서 2장, 아름다운 학교 풍경 사진 1장.
하늘과 바다, 나무 풍경에는 누워서 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바다보다는 숲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내 주변에 하늘과 바다를 좋아하는 이들이 떠올라 2장 구입하였고 나무 엽서도 보자마자 '아! 이거다!' 싶었다. 나무 아래 누워있는 사람이 요가 선생님을 무척이나 닮았기에 요가 선생님께도 드릴 생각으로 2장을 구입했다. 학교 풍경의 사진은 선배에게 선물할 생각으로 1장.
이번 주 목요일은 개학이었고 금요일은 미술 수업이 있었다. 개학날, 한 명씩 불러 방학 과제를 확인했다. [행복챌린지]를 무척 열심히 해 와 깜짝 놀랐다. 매일 행복했던 순간을 한 가지씩 쓰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잘 써올 줄이야! 종이를 한 장씩 들여다 보면서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대답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저마다의 행복으로 순식간에 환해졌다. 소감을 쓰는 칸에 '행복 챌린지를 해서 행복했어요.', '하루마다 행복의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루하루 순간들을 쓰다보니 방학 전체가 행복으로 가득해졌어요.'라는 예상치 못했던 뭉클한 문장이 있었다.
금요일 미술 수업은 무엇을 할까 하다가 행복챌린지에 기록했던 순간을 엽서 형식으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초등학교에서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야 지극히 평범한 수업이지만 엽서 형식으로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특별해 지는 것은 아니고 그저 종이의 규격만 달라지는 것. 도화지를 엽서 크기로 재단했다.
"방학 때 행복했던 순간이 많았지요? 선생님은 그 중 강릉여행이 참 행복했는데, 엽서를 파는 곳에 다녀 왔어요. 서울, 베를린을 거쳐 지금은 강릉에 살고 있는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이에요. 책 표지 디자인도 하시고 여러 물건들에 직접 그린 그림을 넣어 팔고 있어요! 우리 반에도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도 나중에 그림을 넣어서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겠지요?"
유튜브로 가게 모습도 보여주고 채널도 함께 둘러봤다. 사 온 엽서도 소개했다.
"선생님이 요가를 다니는데 이 모습이 요가 선생님과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요가 선생님께 선물하고 싶어서 사왔어요! 이거는 요가 선생님이 선생님으로부터 선물받고 올린 인스타그램 피드예요! 요가 선생님이 이 엽서를 받자마자 '와! 대박! 하면서 '완전 저예요....소름' 하면서 정말 마음에 들어했거든요.
하늘과 바다 사진은 하늘과 바다를 좋아하는 친구와 동생에게 주려고, 알록달록한 학교 사진은 선생님이 꿈이었고 지금도 학교를 너무 좋아하는 김경*선생님에게 주려구요! 여러분 1학년 때 선생님이요!"
그렇게 시작된 미술 수업.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동기유발이 잘 된 모양인지ㅋㅋ 아이들이 정말 진지하게 그려서 깜짝 놀랐다. 한 장씩만 주었었는데 더 그리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아 몇 번이고 도화지를 재단해 주었다. 꼭 행복챌린지에 적었던 순간 말고도 다른 순간들, 좋아하는 것들을 그릴 수 있게 했다.
발표 순간, 모든 아이들이 발표했는데 방학 때 다녀온 자연의 모습을 어찌나 아름답게 표현했는지...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케데헌의 캐릭터도 빠지지 않고 등장 ^^
아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감탄한 순간이 많았다.
"저는 자유로움을 좋아해서 섬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여행할 때 자유로움을 느끼는데 그 중에서도 섬을 여행하면 더 자유로울 것 같아서 섬을 그렸습니다."
다른 아이: "섬을 여행하면 외롭지 않나..."
섬이라는 같은 대상을 두고 연상하는 느낌이 다른 것도 재미있었다.
어떤 학생은
"저는 밤과 어두운 것을 좋아해서 달과 밤을 그렸습니다."
"시온이는 어두운 장면은 정말 아름답게 그렸네요. 어떤 사람은 어두운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요?"
여러 자연의 모습이 아이들의 작품 속에서 아름답게 빛났다. 방학 때 가족들과 다녀온 바다 풍경이 제일 많았다. 하늘, 나무 모습도.
마침 교실에 엽서를 넣을 수 있는 투명 봉투가 있어서 원하는 사람이 가져가게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여러분도 오늘 만든 엽서를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으면 해 보세요."
수업이 마치고,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두 명있는데 둘 중에 누구에게 선물해야 할 지 고민된다는 귀여운 여학생의 고민상담도 해 주고. ㅋㅋ
특별할 것 없지만 강릉 여행에서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전하고 아이들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고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까지 이르는 수업을 할 수 있어 무척 뿌듯했다. 아이들이 표현한 작품을 보고 그 모습을 표현한 이유를 듣는 순간도 무척 행복했다.
2025.8.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