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여름이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손 흔듭니다. 조금 더 지체하면 기차를 놓치니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도망가듯 서두릅니다. 기운 빠진 뒷모습 보이며 터널의 끝을 빠져나갑니다.
여름은 오래 머물며 '자연재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삶을 무너뜨리고, 괴롭히며,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심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때가 되니 허둥지둥 연기처럼,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그것이 자연이 명령한 자신의 소임이고 역할이었으며, 오로지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 미안한 마음은 없노라 합니다. 가슴 깊은 곳 휑, 하니 불어드는 뼈아픈 고통은 네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몫, 이라고 반복하여 가르칩니다. 눈 지그시 감고 눈물을 삼킵니다. 영혼에 각인된 스크레치는 치료하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계절은 언제나 아픔과 성숙의 주삿바늘을 동시에 찌르고 영겁의 시간으로 숨어 버립니다.
불볕더위와 홍수와 가뭄을 세트로 몰고 와서 지구의 생물들을 아수라장으로 밀어 넣은 후 꼼짝없이 고난에 빠지게 합니다. 불같은 더위는 기본으로 깔고, 홍수와 가뭄은 추가로 선사하여 2차, 3차 재난 속에 풀어놓고 허우적대게 합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네 탓, 자업자득이라 합니다.
인간의 책임 맞습니다. 개발의 명분하에 자연을 파괴하고 상처 입히며 함부로 대하다 자연의 분노에 직면하여 부메랑을 겪는 것입니다. 부정할 수 없지요. 앞으로 우리는 이 초대형 역풍을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요? 용서를 구해야 할 텐데 사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자연보호를 위해 힘 약한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어떤 활동을 해야 할까요?
자연은 우리가 이용하고 학대하다 버리는 존재가 아니라 아끼고 사랑하고 감사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부터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자연 파괴의 주역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랑과 보호의 주역으로 역할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연의 파괴는 곧 인간이 자신을 파괴시키는 행위지요. 자해행위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꽃은 물론이고, 여린 풀잎 하나에도 사랑의 눈길, 따뜻한 손길, 다정한 인사 건네며 이웃으로 여겨야 합니다. 네가 존재함으로 내가 건강히 살고 있음을 깊이 각인해야 할 것입니다. 자연에게 해로운 물질의 배출을 줄이고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정한 친구들입니다. 서로 응원하고 도우며 공생해야 할 친밀한 관계지요.
여름과의 작별 앞에서 진심 어린 반성의 글로, 자연에게 1차적 사과의 메시지를 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