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추억
아홉 명(나인플) 친구들의 2박 3일 나들이는 우 중(雨中)에도 화려했고 화사했다. 모두 각자 자신에게 베푼 고급스러운 선물이었으며 여운이 길게 남는 훌륭한 이벤트였다. 오로지 수다를 위한 여행이었고 수다의 휴가였다. 우리들의 수다를 도와주기라도 하듯 내내 비가 내려 담소의 분위기는 한층 좋았다. 친구들 얼굴을 보는 것, 대화 나누는 것,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부족함 없이 즐거웠으나 아침에 기상했을 때, 발코니 앞에 환하게 펼쳐진 '오션뷰'는 우리가 정서적 축복을 누리는 데 무엇보다 압권이었다.
'말로만 듣던 '오션뷰'는 이런 것이었구나! 멋진 뷰는 이토록 큰 기쁨과 풍요를 마음에 심어 주는 것이로구나!'
'강릉 경포바다'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음미하며, 지칠 줄 모르는 대화, 마르지 않는 웃음이 파도를 따라 시원하게, 넓게 흘렀다. 게다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곡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배경 음악으로 초대되어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만족과 행복이 며칠간의 여정을 꽉 차게 채웠다. 2박 3일 수다는 우리들의 어깨에 뭉친 스트레스를 마사지하고 풀어주기에 완벽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달콤한 솜사탕 맛이었다. 가슴이 따뜻했다.
고단한 삶의 길목에서 때로는 이러한 호사를 계획하여 누리는 게 맞을 것이다. 일상에서의 일탈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소박하고 가벼운 사치마저 없으면 우주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가기 너무 인고(忍苦)하다. 매월 소액의 회비를 모아 저축하여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우리들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우리에게는 자격이 있다. 평생 열심히, 성실히 살아온 사람은 손수 차린 잔치를 누릴 권리가 있다. 어떤 이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대접은 내가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기다려 봐야 아무도 내게 선물 주지 않는다.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적기, 적소에서 내가 나에게, 순간순간 정산하고 결산하면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의 선택은 탁월했다.
올 가을 '나인플'의 회동에 대해 어떤 스케줄로 계획해야 할지 네 달 전부터 생각하고 고민해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제주도는 어떨까? 부산 방향은 어떨까?' 하면서 궁리해 봐도 최선의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강릉에 <신라모노그램>이 완공, 오픈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가볍게 호캉스를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친구들의 의사를 수렴하니 만장일치로 긍정 응답을 했다. 연례행사의 결과가 기대 이상이니 '나인플'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환상적인 추억을 추가한 평범한 상류가 되었다.
스스로에게 지급한 휴가를 150% 활용하고 돌아오니 텅 비어 있던 쌀독, 물독, 장독이 가득해지고 시들어 가던 생각 정원의 꽃들도 도란도란 생기 있게 인사한다. 집을 비운 사이 '기적의 요정'이라도 다녀갔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