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걷자
창 밖에서 나를 부른다.
푸른 세상, 하늘이 웃는다.
"나와 봐" 하면서..
다크 그린으로 무장한,
평소 벙어리 같았던 숲도
청록색 깃털을 살랑거리며
"이리 와~" 유혹한다.
무심코 지나가던 새들조차
"같이 놀자", 손짓한다.
"안 돼, 나가지 마.
네가 없으면 나는 어떡하라고~"
게으름으로 가득한 창 안의
수많은 내가 막아선다.
"게으름의 세상이 얼마나 달큼하니?
너는 가만있기만 하면 돼. 내가 너를 편하게 먹이고 살도 찌게 해 주잖아. 배신은 절대 안 돼."
끊임없는 방해와 거절의 강요.
5,750보,
송골송골 땀.
붉은 야구 모자와 검은 마스크,
코발트블루의 패딩을 목까지 올려 입고
배신을 선택한 보상.
"배신이 뭐 어때?"
"하늘과 숲을 좀 더 가까이 영접했고,
내가 사는 동네와 인사했을 뿐인데."
무엇보다 뿌듯한 일은
청결한 공기아래 자연과 이웃,
따뜻한 골목과 초등학교를 지나며,
입을 꾹 다문 두 발은
최선을 다해 소통했고,
유능했다는 사실.
창 밖에서 나를 부른다.
"나와 봐. 같이 걷자~"
창 밖에는
건강한 하늘, 부지런한 대지가
365일 메마른 갈증을 견디며,
불같은 그리움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