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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사색

벚꽃의 향연을 바라보며

by 박미라

바야흐로 봄이 찾아왔다. 온 동네에 벚꽃이 만개해 있고 벚꽃을 따라 사람들은 좋아라, 이동하고 있다. 벚꽃이 피어 있는 거리에는 장소 불문 하고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든다. 사람들 하나하나 입가에 함박미소가 벚꽃처럼 줄지어 핀다. 뭉클, 눈물 같은 감수성이 파고든다. 매년 봄, 벚꽃은 모두 일제히 꽃잎을 터뜨려 만물을 설레게 하고 감동과 기쁨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다. 1년의 진통을 참아내며 열정과 온 힘을 다 해 꽃 피움으로써 거대한 자신의 거리를 형성하고 강한 생명력과 빛나는 아우라로 한순간 이 세상과 더불어 불꽃같은 축제를 주관한다. 그 후, 다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훌훌 꽃잎 털어내고 홀연히 빈 손으로 떠난다. 개화의 기간은 짧으나 누구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영원히 살고자 하는 그들만의 존 방식. 때로는 그것이 부럽다. 나이 들수록 더욱 부럽다. 짧은 인생 생로병사를 겪어 내며 한평생 고행하다 내일을 기약하지도 못한 채, 흔적 없이 사라져야 하는 우리네 인생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우주를 여행하는 식물의 세계. 배울 점이 많다. 배운다고 그들과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의 한계일 것이다. 사람은 우리에게 설계된 일생과 숙명의 계획표 대로 살아야 하니까.




Cherry blossom.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사람들을 운집시킨다. 꽃 잎 하나, 하나는 연약해서 특별한 의미가 없으나 한 목소리로 결집하니 태산 같은 파워를 보여 준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존경까지 훔친다. 그들만의 빛깔로 지구를 정복하고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운명의 기간 동안 완벽하게 지배한다. 찬란하리 만큼 빛나는 백색 드레스 입고 찾아온 고귀한 손님. 양팔 들고 환대한다. 가지마다 방글방글 '꽃등'의 귀환을 축하한다. 한 차례 예고없이 찾아오는 삶의 축복,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그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연회(宴會)하고 돌아갈지 알 수 없으나 그 탄생은 마치 국경일을 방불케 하니 부디 건강하게 오래 머물러 피곤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

휴식 누리게 하소서! 웃게 하소서! 편히 잠들고 기쁘게 깨어나게 하소서!


벚꽃을 사모하고 그리워하게 된 장미는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내년의 화사하고 장엄한 축제를 벌써부터 간절히 기다리면서.. 견우직녀의 만남처럼 1년에 한 번, 인고의 기다림, 얼음 같은 외로움조차 가슴 벅찬 설렘으로 견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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