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유난히 참외를 많이 사 먹었다. 참외를 잘 고르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맛있는 참외 구매에 실패했다. 그래서 참외를 잘 안 사게 되니 자주 먹지 못하는 과일이다.
그런데 올해, 단골로 가는 마트에 납품되는 참외가 맛이 좋았다. 1주일에 한 번 갈 때마다 참외를 사게 되었다. 사실 평소 참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부정적이었다. 맛있는 참외구입에 번번이 실패하다 보니 참외 껍질과 맞닿아 있는 과육은 무보다 못하다고 무시했으며 과육 속 깊이 들어앉은 씨앗은 왜 그리도 많아서 먹기 불편하게 하는지, 발라내기 어려운 참외씨는 먹어도 되는 건지 의심스러웠고, 어쩐지 주스를 만들어 먹기에도 부적합해 보이는 이 물건은 과일 중에는 가치가 제일 떨어져 보이는 과실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냥 딱 봐도 영양가까지 없어 보인다. 그러니 차라리 사지 말자, 했던 것이다.
올 해는 유난히 과일 사기 부담스러울 만큼 과일값 고공행진이 심한 터, 참외값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트에 갈 때마다 가격이 요동쳤다. 같은 값에 다섯 개도 했다가 열개도 했다가 하면서 때로는 장바구니에 담기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딱히 대체할 만한 과일도 없기에 다른 몇 가지와 함께 꾸준히 사들였다. 참외의 대표적인 효능은 ‘이뇨작용’이라고 한다. 그와 함께 반드시 따라다니는 소문이 있으니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이변작용’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적어도 내게는 올여름 그런 역할을 해 준 것 같다. 평소 변비증상이 있는 내게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여름 내 열심히 참외를 먹은 이유다.
참외를 하찮게 생각한 것과 달리 참외에는 여러 가지 효력이 있는데 변비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 C가 많아 면역력 증진과 항암효과가 있으며, 낮은 혈당지수와 당도로 당뇨를 완화한다고 한다. 콜라겐과 비타민 C는 노화예방에 도움을 주고 9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탈수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외에 대한 나의 편견은 이 자리를 빌려 삭제하고 사과해야겠다.
참외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해바라기가 떠오른다. 색이노랗다는 것과 씨앗이 많다는 것이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가 보다.
사람들은 해바라기 그림을 좋아한다. 색상이 황금색이고 씨가 가득하여 부와 번창을 의미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와 번영, 번식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해바라기 그림 하나씩 걸어두는 가정이 많다. 특히 음식점에 가면 벽에 붙여 놓은 크고 작은 해바라기 액자가 자주 눈에 띈다. 최근 나도 직접 그린 해바라기 그림을 거실에 걸었다.
같은 면에서 바라보면 참외그림도 ‘금과 번성, 건강’을 선사해 주는 서광으로작용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