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에 대한 낙서

by 박미라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얼굴에 주름과 기미를 남기고, 머리에는 듬성듬성 또는 빼곡히 흰 머리카락을 심어 원치 않는 초라한 비주얼로 분장시킨다.


피부는 나날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리고 총기 있던 눈동자도, 붉던 입술도, 뽀얗던 볼도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흐릿하고 희미하다.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 젊음과 이별하고 있다는 증거, 안타까운 현실, 받아들여야 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쓸쓸한 숙명. 한없이 외롭다.


노인이라는 반갑지 않은 새로운 이름표를 달아주며 낯선 세상으로 강제 연행한다. 우리는 정녕 저항 없이 따라가 주어야 하는가?


인간은 거역 없이 노화를, 고독을, 죽음을 인정하고 수용한다. 그렇게 나약한 존재다. 세월이 빛의 속도로 스쳐가며 하는 일, 무엇으로 막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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