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by 박미라

살다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날도 있고

외롭고 갑갑한 날도 있는 거지.


살다 보면

만족하고 감사한 날도 많지만

온몸 시리게 그립고 보고픈 날도 있지.


살다 보면

기쁜 날, 좋은 날 가운데

고독해서 응급 신호 보내는 날도 있겠지.


억울해서 가슴 후비는 날,

잘못했노라, 그것이 최선이었노라,

힘껏 변명하고 싶어도

양심 깊은 곳에서는

차갑게 꿈틀대는 자책의 소용돌이.


당신은 나의 근간, 나를 창조한 이

잊을 수도 놓을 수도 보낼 수도 없기에

긴 방황의 교차로에서 서성이고 있을 뿐...


살다 보면

망각의 순간도 오겠지.

세월이 내 기억을

젊은 녹음(綠陰)으로 덮어씌우는 날,

맘먹고 크게 한번 울어 보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노화에 대한 낙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