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의 세계 3-1)
공연 전후에 뮤지션들이 맥주만큼이나 많이 마시는 술이 있어요. 라이더에 맥주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주종. 그것은 바로 와인과 샴페인입니다. 특히 여성 아티스트 라이더엔 와인이
거의 빠지지 않는데요. 대표적으로 누가 있을까요?
먼저 레이디 가가부터 소개합니다. 요즘 이 분 엄청 잘 나가죠? 고공 점프가 인상적이었던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이어 음향사고로 더 화제가 된 메탈리카와의 그래미 콜라보까지... 역시 행사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환상적인 쇼를 펼치고 있는데요.
사실 레이디 가가는 유명한 위스키 마니아였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위스키를 사랑하는지는 곧 출간될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에 자세히 소개했으니, 출간되면 꼭 보시구요. ^^
어쨌든 위스키를 사랑하는 레이디 가가도 무대 뒤에서 매번 도수 높은 술을 마시긴 좀 부담스러운 모양인데요. 레이디 가가 공연 라이더를 보면 위스키는 찾아볼 수가 없고, 대신 화이트 와인이 등장해요. 특히 캘리포니아산 켄달 잭슨이나 로버트 몬다비를 좋아한다는 걸 라이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다음은 레이디 가가 2010년도 공연 라이더 가운데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DRESSING ROOM RIDER PAGE3
LADY GAGA dressing room catering rider
(중간 생략)
Coffee set up
(이후 생략)
보이시죠?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까지 아주 똑 부러지게 적어놨어요. 과연 진짜로 몬다비 혹은 캔달 잭슨을
백스테이지에 마련했을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뭐 이 정도쯤은 준비해주지 않았을까요?
자 이번엔 2010년대 들어 초대형 스타로 거듭난 케이티 페리입니다. 그녀가 공연 대기실(드레싱 룸)에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술은 국내에서도 제법 인기 있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인데요.
바로 산타 마게리타 피노 그리지오 (santa margherita pinot grigio)!!!
그런데 라이더를 아주 자세히 보면 '오타'가 있어요.
원래 와이너리 이름이 santa ‘margherita’ 인데, ‘margarita’로 잘못 적었네요. 아마 담당자가 발음 때문에 데킬라 칵테일인 마가리타 스펠링을 적은 거 같은데요. 뭐 그래도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제대로 준비했을 거라고 믿어요.
KATY PERRY DRESSING ROOM
(...중간 생략)
(이후 생략)
자... 그럼 와인 좋아하는 여성 아티스트, 마지막으로 한 분 더 모셔볼까요? 저도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티스트인데요. 최고의 개성파 뮤지션이죠. 아이슬란드 출신의 아티스트 비요크(Bjork)입니다.
너무 톡톡 튀는 분이라서, 이런 사람은 대체 무대 뒤에서 뭘 마시려나 궁금했는데, 라이더에 딱 적혀 있네요. ^^ 바로 와인과 샴페인입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유독 제 눈길을 사로잡네요.
이거 와인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아시죠? 프랑스 남부 론 지방의 대표 와인으로,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이전했던 시기 (이른바 ‘아비뇽 유수’)에 교황이 마시던 술이죠. 그냥 레드 와인이라고 적지 않고, 딱 집어서 이걸 달라고 했으니, 무조건 갖다 놨을거라고 생각되네요.
--dressing ROOM
one (1) Half Bottle Remy Martin VSOP
One (1) bottle Veuve Clicquot Champagne (to be chilled)
근데 라이더를 보면요. 비요크는 이거 말고도 명품 샴페인인 뵈브 클리코 한 병, 그리고 코냑인 레미 마르땡 반 병(이렇게 주문하면 정말로 먹다가 절반 남은 걸 주나요?)도 추가로 요청했네요.
역시 소문난 뮤지션 애주가 답습니다.
글을 적다보니, 문득 비요크랑 술 한잔 해보고 싶네요. 정말 이 분이 취한다면 진짜 재밌을 텐데요...
자 그럼 다음 편에는 샴페인을 사랑하는 남성 뮤지션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