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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틴 Nov 12. 2018

너는 방어기제가 심해.
그게 문제야.

나는 내가 아직도 어렵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정말로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맞다. 나는 상처받지 않으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다. 특히 자존감이 높을수록 방어기제는 더 단단하다. 당시 나의 자존감은 꽤 높았었다. 쓸데없이


@미생


"내 말을 인정할 수 있겠어?"

"못하겠지? 그게 너야."


반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말을 듣고 그것을 또 인정해야만 할 때, 느꼈던 감정들은 나에 대한 수치스러움과 분노였다. 어째서 나는 내가 이런 상황을 겪게 만들었을까. 라는 자책과 함께


더군다나 그걸 인정하는 대답을 상대방이 듣기 원하면 더 괴로워진다. '드드득' 이빨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갈린다. 나중에 보니 주먹은 너무 쎄게 쥐어서 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더라.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건, 그 대답을 하려면 내가 나를 스스로 인정해야 했다. 그게 어려웠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야 내가 큰다. 바닥으로 쳐박히려 하는 자존심의 끈을 이제는 놓을 때다.


@미생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 맞습니다."


인정했다. 거기서 대화는 끝났다. 차올랐던 분노가 점점 가라앉는다. 그 동안에는 시계 초침 같은 작은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눈 앞의 것들은 다 느리게 움직인다. 정지해있는 것들조차도 어딘가에 빨려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삶이 인터스텔라의 실사판이다.


@미생


"그래 맞아."

"사실 나는 있어보이려던 허접이었던게야."


그 후로 자존심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서랍에 넣었다. 자존감은 낮아졌다. 적정수위로 맞춰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이제서라도 버리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더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내가 아직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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