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마틴 Feb 26. 2019

당신이 결정장애를 겪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당에서 고백을 잘해요.

저번 주 토요일 저녁은 너무 힘들었어요. 아직 해가 떠있는 6시쯤 선유도역 근처에 있는 양꼬치집을 갔어요. 식당을 갔는데 왜 힘들었냐고요? 음식을 시켜야 하는데 먹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양꼬치와 양갈비 사이에서 고민을 해요. 요리도 따로 시키래요. 메뉴판을 펼치는데 어머나 세상에! 요리 종류도 수십가지에요. 야호


지삼선도 보이고 꿔바로우도 있어요. 동파육도 맛있는데 계란 토마토 볶음도 괜찮은 선택인데..? 맞다. 양꼬치를 시키면 온면도 같이 시켜줘야 되는데 어떡하죠. 메뉴판을 몇 분동안 앞으로 뒤로 넘기고 뒤직거리다 골랐습니다. 언제나 메뉴 선택은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당에서 고백을 잘해요. 메뉴판을 펼쳐놓고 "나 결정(선택) 장애 있어"라고 자연스럽게 말해요. 선택을 위임하기도 해요. 물론 인생의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아요. 이런 고민을 우리나라에서는 결정장애라고 부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결정장애라는 말은 거의 안 썼거든요.


재미있는 건 40대부터는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하는 빈도수가 확 줄어듭니다. 왜 그럴까요?  10대부터 30대까지의 연령층들만 결정장애를 겪는 원인은 뭘까요. 오늘의 주제는 <당신이 결정장애를 겪는 이유>입니다.


이건 고통이 아닐텐데?


#1. 너무 많은 선택지에 대한 고통


요즘 사람들은 선택하는 것에 고통을 느낍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거든요. 나의 선택보다 타인의 선택을 믿고 따라갑니다. 그 예가 큐레이션 콘텐츠입니다. '000가 알려주는 00 맛집 7'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큐레이션은 정보를 정리해서 나열해주는 방식을 뜻하는데요. 타인의 선택을 따라가는 게 트렌드가 된 거죠.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정보량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십몇 년 전에 넘어섰어요. 네이버에는 부산 맛집에 대한 리뷰가 527,322건이 존재합니다. 저걸 다 보려면 부산 여행은 생전에 못 가요. 그러다 보니 이미 갔던 사람이 정리해놓은 콘텐츠를 찾게 됩니다. 거기에는 이미 내가 원하는 정보가 다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6종류의 잼


#2. 선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미련


선택지가 많으면 더 만족할만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이 주제로 실제로 교수들이 실험도 했어요. 2000년대 컬럼비아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진을 이끄는 시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와 마크 레퍼(mark lepper) 교수들은 캘리포니아의 슈퍼마켓에서 실험을 했어요.


계산대 근처에 6종류/24종류의 과일잼 부스를 설치하고 관찰합니다. 실제로 24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구경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6종류의 잼을 볼 때, 잼을 더 많이 샀어요. 구매율은 10배, 재구매율은 15배 이상 차이 났어요. 그 이유는 굉장히 과학적입니다.


선택지가 늘어나요. 처음에는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호감이 늘어나요. 그런데 말이죠. 일정 개수를 넘어가면 오히려 비호감이 생겨요.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우리는 구매를 할 때 얻게 되는 만족감과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하게 됩니다. 둘 중 만족감이 높은 카드 패를 선택하죠. 


선택지가 엄청 많으면 그만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거죠. 종류가 1개면 살지 안 살지만 고민하면 돼요. 그런데 종류가 24개예요. 사지 않은 23개의 미련이 남아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게 됩니다.


실수하면 끝나는기야..


#3. 한 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생각


글 첫 부분에 40대 연령층부터는 결정장애라는 말을 거의 안 쓴다고 했었습니다. 맞아요. 그런 단어가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결정장애는 요즘 세대들이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어째서 이 단어를 쓰는 연령층의 구분이 확실한 걸까요?


20~30년 전에는 좋은 대학을 못 가도, 대학에서 놀아서 성적이 안 좋아도 취직 걱정은 없었습니다. 시기를 늦추거나 놓쳐도 결혼은 할 수 있었어요. 요즘은 달라요. 사회에서 정한 기준을 적당한 타이밍에 맞추지 못하면 낙오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수저가 아닌 이상 다시 일어서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의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세상이어서 실패를 피해 갑니다. 정답이 있는 땅만 밟아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선택하고, 작은 실패를 해 볼 기회조차 없어집니다. 누워본 적이 없으니 다시 일어나는 법도 몰라요. 물론 유튜브에는 실패 극복에 대한 콘텐츠가 많아요. 그런데 보는 것과 겪는 것은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요.



#4. 결정장애 극복은 <마인드셋>


결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재승 교수님은 도서 <열두 발자국>에서 마인드셋(mindset, 마음가짐)의 종류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스탠퍼드 심리학과 교수 캐럴 드웩(carol dweck)에 따르면 마인드셋은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 2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성장과정을 중요시 여기며 실패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결과를 중시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해서 잘하는 일만 하려고 하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고정 마인드셋이라도 성장 마인드셋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입니다. 실패를 했을 때는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세요.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 무엇을 실수했는지를 스스로 알았다면 그걸로 된 거야"처럼 말이죠. 반대로 조금 나아진 변화가 있다면 칭찬을 하고 기쁨을 공유해주세요. 살짝 오글거릴 정도로 구체적으로 말이죠.


"우와. 역시 너는 같이 있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 같아. 그리고 꼼꼼한 면도 꽤 있어 보여"


세상을 예측하는 것은 점점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잘하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보다는 실패해도 빨리 회복하는 사람이 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정재승 교수



* 해당 콘텐츠는 밀리의 서재에서 정재승 교수님의 <열두 발자국>을 읽고 제작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는 방어기제가 심해. 그게 문제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