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일 면접, 가능하신가요?
이번 주 금요일 면접을 봤으면 합니다.
시간 괜찮으세요?
전화를 끊고 채용공고를 다시 확인했다. 104명? 방금 면접 연락이 온 퍼포먼스 마케터의 지원자 수다. 눈을 크게뜨고 다시 확인한다. 여기 맞는데? 바닥에 있던 자존감이 쪼금 올라간다. 면접은 이번 주 금요일이다. 예상 질문 서너 개 정도는 미리 준비해서 가야겠다. (하지만 10개를 준비했다)
약 3년 동안 콘텐츠 마케터였던 나, 지금은 퍼포먼스 마케터 면접을 앞두고 있다. 면접 전날 밤에는 어김없이 잠을 설쳤다. 아침 알람이 울린다. 때가 됐다. 코발트블루 색 린넨 셔츠를 입고 카키색 조끼의 단추를 잠근다. 핑크 가스비 왁스를 손톱만큼 묻혀 머리를 올린다. 아빠가 그랬다. 남자는 이마를 까야 된다고
2명의 면접관이 건너편에 있다.
첫 질문을 기다린다. 이때가 가장 긴장된다.
시작했다.
1.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 짧게 부탁드려요
2. 경력이랑 지원한 포지션이랑 조금 다른데, 이유를 듣고 싶어요.
3.SA, DA는 어느 정도까지 해봤어요?
4.GAIQ 는 있던데 GA는 어디까지 할 줄 알아요?
5.엑셀은 얼마나 해요?
준비한 대답을 했다. 그래도 쫄린다.. 괜찮아. 다 생각하고 왔던 거니까. 자존심은 놔두고 솔직하게 말하자. 못하는 걸 할 줄 안다고 해봐야 부질 없다. 거짓말은 들통난다. 이때다 싶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지원동기를 말했다.
사실 중고 신입의 심정으로 지원했습니다. 저도 압니다. 제 경력은 해당 포지션과는 조금 다르죠. 디지털 마케터는 콘텐츠와 퍼포먼스 둘 다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전 그렇지 못했구요. 이렇게 경력이 쌓이면 반쪽자리 인재가 될 것 같았어요. 나중에는 기회조차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연봉이요? 깎일거 감안했습니다. 저는 아직 루키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인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엑셀도 잘 하진 않습니다. 스킬적인 부분은 배우면 된다고 생각해요. 컨텐츠 제작능력도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T&D 소재를 짠다거나 할 때 말이죠. PPT는 자신 있습니다. (이게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다.)
수고하셨습니다. 진욱 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어요.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합격/불합격 여부에 상관없이 연락은 드릴 거구요. 다음 주 월요일쯤 연락드릴 것 같습니다. ^^
면접이 끝났다. 금요일 스케쥴은 이걸로 끝이다. 점심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긴장이 풀렸는지 3시간이나 잤다. 이번 주말은 2초 만에 지나갔다. 모두가 월요병에 걸려 출근하는 월요일이다. 백수였던 나는 아침 10시~11시 사이에 일어난다. 눈을 뜨자마자 "휴..오늘 전화 준다고 했는데" 라는 생각에 목이 메인다. 2L 생수병을 들고 그대로 들이킨다. 그때였다.
핸드폰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