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봉협상 후기
이직 시, 연봉협상은 중요하다. 나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기준이다. 게다가 나는 연봉으로 표시되는 숫자에 예민했다. 원래 살던 곳에서는 마케터로서의 취업도 어렵고 연봉도 적었다.(그것도 많이) 서울로 올라온 이유도 마케팅을 하면서 더 크게 성장하고 싶었다. 게다가 타지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은 생존과 직결된다.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게 모두에게 좋았다.
진욱 씨~ 연봉은 어느 정도 생각해요?
음.. (대답을 망설였다.)
째각 째각 시계 초침 소리가 크게 들린다. 나나 본부장님이나 눈치만 볼뿐, 말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린다. 하나 손에 쥔 패를 먼저 보여주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이게 무슨 타짜 3 찍는 것 같은 생각이겠냐만, 나한테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사실,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정해놓고 왔다. (경력을 완전히 인정받았다면 희망연봉은 높게 부르는 게 좋다. 상대방도 나도 이미 절충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중고 신입이라는 애매한 입장이다 보니, 얼마나 덜 깎는 것이 중요한 핵심이었다.
음.. 진욱 씨가 생각이 많은 것 같으니
제가 먼저 말할게요. X, XXX 어떠세요?
금액을 들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예상대로 많이 내려갔다. 어떡하지? 여기서 더 올릴 수 있을까? 약간 깎아서 말한 것 같기도 한데..
진욱 씨 혹시 저희 회사 말고도
다른 곳에도 지원하신 상태죠?
네.
최종 면접을 본 곳도 있습니다.
그때 나는 다른 회사의 결과도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는 다양했다. 인하우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등이었다.전화 면접과 실무자 면접, 스카이프로 최종 면접을 본 곳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약간의 여유와 기대감이 불안함과 함께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면 제가 제안 하나 할게요.
다른 회사를 가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시면
좀 더 올릴게요. 어떠세요?
아! 이런 제안은 처음 듣는다. 미드 슈츠에서 나올법한 협상 스킬이 여기서 나올 줄이야! 컴다운 컴다운. 당황하지말고 침착해. 다시 생각해보자. 나에게 주어진 다른 기회들의 가치 비용은 얼마일까.
어느 정도의 액수로 환산 해야 하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 고민해시길. 그렇지 않다면 나처럼 어리버리 탈 것이 분명할 거다.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고 10초 정도를 고~~~~민한 끝에 말했다.
그러면 0,000 어떠세요?
흐음....
정말로 다른 회사는 다 포기한다고 약속하실 수 있죠?
넵. 약속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말 바꾸시면 안됩니다. 서로 곤란해져요^^
연봉협상이 끝났다. 그 외에 출근 날짜 등 자잘한 조건들까지 얘기를 마쳤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푹 쉬고 출근 날 보자고 하신다.
몇 개월의 백수 생활이 막을 내렸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다시 출근한다고 하니 좋아하신다.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말과 함께 격려, 걱정이 섞인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다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출근날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정식 인사는 이따가 다시 할게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다.
참고하라고 주신 보고서 엑셀 파일을 열었다.
...
망했다.
ps: 이어서 초짜 퍼포먼스 마케터의 생존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