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플랜트
블링크 테스트(Blink test)라는 마케팅 용어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특정 페이지 방문 시, 5초 안에 해당 사이트를 알아볼지 말지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뜻하죠.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브랜드 각인으로 표현합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매년 10조 원씩 늘어나는 요즘, 브랜드 각인은 기획자들에게 고민거리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를 사용자에게 인식시켜야 하니까요.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팔아야 하는 시대이니까요. 도대체 어떤 경험을 줘야 할지 고민중인 분들을 위해, 최근 제가 접한 브랜드 각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한강진역 근처에는 맥심의 플래그쉽 스토어 맥심 플랜트가 위치해 있습니다. 지하 2층~지상 3층의 이 곳은 도심 속, 숲 속 커피공장 컨셉으로 설계되었는데요. 얼마 전 저는 그곳에서 3시간을 보내면서 2가지의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가 한강진과 이태원을 가는 이유는 핫플레이스가 많아서입니다. 사람들도 많고 시끌벅적해요. 여유스러움을 기대하진 않아요. 핫플레이스는 보통 이러니까요.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점만 하더라도 사람들로 바글바글 합니다. 그래서인지, 맥심플랜트에서 경험한 뜻밖의 여유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테이블 간의 간격이 상당합니다. 스타벅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습니다. 플래그쉽 스토어임을 감안하더라도 좌석 1개당 점유 공간이 넓은 편입니다. 지하 2층의 의자들은 보기에도 편해 보입니다. 한쪽 벽은 높은 층고를 이용한 덩굴식물을 덮은 플랜테리어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식물 샤워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이 곳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나 봅니다. 2018년 동서식품이 의뢰한 다음의 빅데이터 서비스 '소셜 매트릭스'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맥심 플랜트와 연계된 최상위권 키워드는 '여유', '공간이 넓고 좌석이 편하다'였습니다.
여유는 영수증에도 있었습니다. 와이파이 연결을 위해 주머니에 넣었던 영수증을 꺼냈습니다. 보통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아래쪽에 있는데요. 하단 우측에 인쇄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이야..'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습니다.
한동안 맥심의 TV광고 마지막 부분에는 '커피는 맥심'이라는 카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카피를 와이파이 비밀번호에 적용한 거죠. 맥심플랜트를 기획한 사람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회심의 한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카페들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외울 수 없는 숫자+문자+특수기호의 조합으로 해놓으니까요.
이 외에도 여기엔 적지 않았지만 맥심플랜트는 커피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아메리카노를 맛있어서 한번 더 먹어볼까 라는 생각을 한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스타벅스와는 전혀 다른 맥심플랜트만이 줄 수 있는 공간의 경험. 스벅 골드회원이지만 한강진역에 가면 다시 한번 맥심플랜트에 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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