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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틴 Jun 30. 2019

두 남자가 VR게임에서 다른 걸 했다.

블랙미러 시즌5 -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대니와 칼이 즐겨했던 격투 게임이 VR버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이제는 캐릭터의 모든 감각을 느끼며 싸울 수 있죠. 하지만 그들은 격투보다 더 자극적인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20대 시절, 대니(앤서니 매키)와 칼(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은 격투 게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자주 했습니다. 오락실 게임의 끝판왕 철권과 비슷한 게임인데요. 대니는 주로 남자 격투가를, 칼은 북극곰이나 여자 캐릭터를 선택했었죠.


11년 후, 대니는 여자 친구였던 테오(니키 비하리)와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두었습니다. 반면에 칼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 친구를 즐겨 만나는 미혼남이죠. 20대에는 아무 고민이 없었던 대니와 칼이지만, 40대를 바라보는 그들에게는 각각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대니는 둘째를 원하는 아내가 부담스럽습니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졌거든요. 칼은 젊은 여친과의 대화에서 세대차를 느끼는 것에 힘들어합니다. 그러던 둘은 1년 만에 대니의 생일잔치에서 만나게 됩니다. 칼은 오랜만에 보는 대니를 위해 생일 선물을 준비하죠. 바로, 11년 전 즐겨했던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후속 편입니다.


후속편의 다른 점은 가상현실입니다. VR기기를 통해 캐릭터로써 모든 감각을 느끼는 플레이가 가능해졌습니다. 대니는 새로운 방식에 놀라워하며 남자 격투가 랜스를, 칼은 여자 캐릭터인 록셰트를 선택합니다. 게임이 시작되자 둘은 서로에게 무자비하게 주먹을 날리며 타격감을 즐깁니다.



치열하게 치고받던 중, 그라운드 기술이 들어가면서 몸이 뒤엉킵니다. 한 명이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가 되죠.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키스를 합니다. 그것도 진하게. 당황한 대니는 게임을 즉시 종료합니다. 오랜만에 같이 게임을 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마음이 여간 불편합니다.


시간이 지나 며칠 후, 각자 VR 기기를 켠 대니와 칼. 그때는 술에 취했던 것 같다며 다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시작합니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번에는 키스를 넘어서 성관계를 가집니다. 지쳐있던 현실과 달리, 새롭고 색다른 쾌감 때문에 칼과 대니는 매일 게임에 접속하게 되죠.


얼마 후 결혼기념일 식사를 하게 된 대니. 부인인 테오에게 너 많이 변했다며 다른 여자가 생겼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어서 얼마 전까지도 젊은 남자의 유혹을 받았다며,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테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때서야 대니는 자신이 얼마나 가정에 소홀했는지를 깨닫고 게임 자체를 그만둡니다.



그 후, 대니와 칼은 7개월 동안 연락을 끊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니의 생일이 되었습니다. 이때, 부인인 테오가 저녁식사 자리에 서프라이즈로 칼을 부릅니다. 둘은 오랜만에 재회하게 됩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연기를 하던 칼은, 테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대니에게 한 번만 더 게임에서 만나자고 제안합니다.


 결국 7개월 만에 다시 게임에서 성관계를 맺게 되는 둘. 게임 속 성관계가 끝이 나려는 찰나, 칼은 대니의 캐릭터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로그아웃 해버립니다.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대니는 칼에게 30분 뒤 단골 술집 뒷골목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마주친 두 사람. 대니는 칼에게 실제로 키스를 해보라고 합니다. 만약 정말로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면 게임에서처럼 행동하겠지만, 그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는 그의 주장. 칼은 동의하며 머뭇머뭇 다가가 대니의 목을 잡고 키스를 합니다.


아무 일 없죠. 현실에서는 불꽃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니. 반대로 칼은 '게임 속 감각은 리얼이지만 우린 죄를 짓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말다툼이 심해지면서 결국 주먹을 주고받게 됩니다. 결국 신고를 받은 경찰이 나타나 경찰서까지 끌려가게 됩니다.



대니를 데리러 온 테오는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며 애원합니다. 결국, 마음을 굳힌 대니는 모든 걸 고백합니다. 화면이 어두워지면서 밝아지니  대니의 집 부엌이 보이네요. 오늘은 둘의 결혼기념일 인 듯합니다. 사랑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테오와 대니는 작은 상자를 교환합니다.


대니는 결혼반지를 담는 상자를, 테오는 대니에게 VR기기가 담긴 상자를 건넵니다. 1년에 1번 서로의 외도를 인정하기로 한 거죠. 매력적인 모습으로 술집으로 향하는 테오의 손가락에는 결혼반지가 없습니다. 게임에 접속한 대니는 칼의 캐릭터와 격렬한 키스를 하며 화면이 어두워집니다.



조금 더 부드러운 소재로 블랙 미러가 돌아왔습니다. 시즌5의 첫 에피소드는 가상공간에서 성적 욕구 해소를 해소하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 갖는 관계에 대한 정의입니다.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가상의 캐릭터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행위는 외도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게임(가상공간)을 즐기는 과정의 일부분으로 봐야 할까요.



현실에서는 이미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메신저로 가장 유명한 VRChat에서는 예쁜 캐릭터로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곳에서는 감각을 느낄 순 없지만 몸 전체 모션을 추적하는 풀 트래킹 기능으로 수위 높은 행위를 즐기는 유저들이 존재합니다.


나의 애인 혹은 배우자가 현실에서 느끼는 욕구불만을 가상공간에서 해소한다.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멀리 본다면 둘의 사이가 더 멀어지지 않을까요. 현실에 남은 사람은 더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구요. 다양한 시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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