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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우리는 낮잠을 잤다

쇼핑하지 않는 부부의 여행

추석 연휴를 맞이해

홍콩에 온 지 3일째가 되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40분.


여행객으로서 한창 관광에 보내야 할 시간이지만 신랑과 나는 낮잠을 선택했다.

 



호텔에서 바라 본 창밖 풍경



오전 내내 호텔에서 나무늘보처럼 시간을 보내다 나갔음에도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몰을 잠깐 돌았더니 급 피곤해졌다. 쇼핑하지 않는 아이쇼핑은 피곤하다. 신랑과 함께 여행을 가면 도통 무언가를 사는 일이 없다.




매년 최소 30번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출장을 다니는 사람이다 보니 그는 면세점도 들리는 법이 없다. 내가 무슨 화장품이 필요하니 사 오면 안 되겠냐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돈을 좀 더 주더라도 그냥 백화점에서 사라고 한다. 그는 공항에 가면 비행기 탑승시간 직전까지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낸다. 예전에는 나 혼자서라도 면세점에서 필요한 걸 사곤 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와 비슷해졌다.



세포라를 봐도 별다른 느낌이 없고...



그에게는 한참 못 미치지만 나도 많이 다니다 보니 이제는  해외를 나가도 특별히 새로운 게 없다. (작년에 지인과 뉴욕 여행을 다녀왔는데 마지막 날 공항에서 노트와 엽서  펜을 산 게 전부였다.) 이제는 우리나라에 없는 게 없기도 하고 사고 싶은 게 많이 없어지기도 했다. 둘 다 명품에도 관심이 없고, 이제는 예전만큼 화장품을 사는 것도 재미가 없으니 쇼핑에 흥미를 많이 잃었다. (어느정도 물욕이 있어야 쇼핑이 재밌다.)



우리나라와 꽤 다른 분위기의 IFC 자라 매장


스타일과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유일하게 자라 구경이 재미있었는데



이마저도 밖에서 기다리는 신랑 덕에

여유있게 쇼핑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디피도 다르다. 명품 브랜드인 줄.




우리는 바닷가 근처의 휴양지에서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게 어울리는 커플 같기도 하다.


무튼 필요할 때는 낮잠을 자야 한다(고 주장해본다.)



신랑과 나는 가치관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만 비슷한 게 잠이 많다는 거다. 머리만 대면 참 잘 자는 편이다.


결혼 전에 그와 함께 제부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결혼식날을 잡은 터라 함께 여행을 가는 게 문제가 없긴 했지만 무박여행을 떠났다가 정말 배가 끊겨서 뜻하지 않게 근처 숙소에서 자게 되었다. 함께 자는 게.처음이었으니 그래도 꽤 떨렸던 거 같은데 그날 우리는 진짜 잠을 잘 잤다. 꿀잠을 잤다. 나는 생각했다. '함께 있는 게 편하니 이렇게 잠이 잘 오는 거겠지.'



무튼 이 글은 홍콩에서의 낮잠을 기념하며 쓴다.
비행기 타고 와서 호텔에서 낮잠 자는 우리가 참 우리 다는 생각이 들어서.







날 저녁 우리는 홍콩의 밤거리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다녔다.


낮잠을 잘 잔 덕분에 :)


홍콩의 보름달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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