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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것으로 채운 일상

하지만 난 기록이란 걸 하고 있네

일요일이다.


컨디션 난조로 늦잠을 잤고, 좀처럼 꾸지 않는 꿈까지 꿨다. 헤어진 옛 남자친구가 나를 찾아와서 마음이 심히 괴로웠는데 (꿈속에서 나는 미혼이었다.) 아마도 다시 만날까를 고민했었나 보다.


아... 참으로 무용한 꿈이기도 하지...

어젯밤 졸려서 마지막 파트를 남겨놓은 책을 마저 읽었고, 핸드폰 바탕화면에 정신없이 벌려져있던 앱들을 정리했다. 쓸데없는 앱은 거의 없었지만 쓰지 않는 앱이 대부분이었다. (응?) 조금 정리된듯한 화면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어제는 꽤나 느릿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책 한권을 읽었고, 영화를 보았으며, 저녁에는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버리고 화장대를 약간 정리했던 게 기억이 났다. (내가 화장대를 정리하는 일은 무척 드문 일이다.) 나는 요즘 내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 같다.

사실 어제 낮까지 토요일을 일요일로 착각하고 신랑한테 늦지않게 교회에 가자고 재촉했다가 종일 놀림을 받았다.

나는 허술한 구석이 많은데 나에게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어야 할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꺼내놓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떤 행동이 더 ‘좋을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행동이 의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대부분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는 한다.) ‘좋다’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 너무 주관적인 문제이기에 사실 시간이 지나서 그때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를 알기 전까지는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즘 나는 무척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래의 나는 더 느긋하게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을 자각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있기에 언제 방향을 틀지 모르겠다. 무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나를 알고 있으니까. 그녀석은 멍때리는 나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느새 내 앞에는 책 7권이 놓였다.


읽을 책을 한권씩 고르다 일곱권이 되었다.



그래 오늘은 그녀석을 따라가보자.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어느날 일상의 기록을 모은 책을 선물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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