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은 인간,
AI를 창조하다

by 장보철

고대부터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은 적어도 신과 같은 능력을 갖추기를 고대하였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제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음을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풍년과 흉년, 다산과 단산, 인생의 길흉화복, 지진과 두려운 기후 변화 등은 신이 주는 복과 벌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신의 무한한 능력과 권위 앞에서 인간은 신을 경배하고 제사해야만 했다. 자연과 세계를 지배하는 신은 인간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영적이며 신비로운 존재였다. 때로는 그런 신에게 대항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은 신에게 복종해야 했다. 신이 복을 주고자 할 때 복을 주시고, 벌을 내리시고자 할 때 벌을 내리신다.


그런데, 마침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해 볼 만한 시대가 왔다. 도저히 넘볼 수 없었던,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일들을 인간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때가 온 것이다. 수 천 년 동안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었던 신으로부터, 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의 자유가 조금씩 현실화 되고 있는 중이다.


신과 같이, 아니, 어쩌면 신을 능가하고자 하는 인간의 오랜 갈망은 바로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AI를 통해서 실현될 채비를 조금씩 갖추고 있다. 컴퓨터 공학, 뇌 과학, 나노 기술, 로봇 공학, 인지 과학 등의 혁신적인 과학 기술 발전의 융합점은 바로 AI로 귀결되며, 많은 인공지능 개발자와 전문가는 아주 빠른 속도로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 AI(super intelligence, AI)가 머지않아 탄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제법 알려져 있고 사용되고 있는 챗GPT 역시 AI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대화형 AI 서비스다.이 시점에서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는데, 현대 테크놀러지는 그저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 비즈니스, 산업 현장의 편리함과 실용성을 가져다주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AI를 기독교적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하나님의 속성인 창조와 연결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창조는 하나님의 속성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다. 하나님께서는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가득한 땅에 빛과 생명을 만드신 것이다.


이것은 그 누구도, 심지어 이 땅의 다른 어떤 신도 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오직 만유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일이다.그런데, AI를 통해서 인간을 닮은, 더 나아가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 기계를 창조하는 것은 인간 복제와 더불어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가장 커다란 도전이다.


AI가 과학과 의료계에서 인간의 삶의 안녕과 더 건강한 삶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차원에서 머문다면 누구나 그 발전을 환영해야 할 것이다. 밤에 잠을 자야 하는 인간 대신에, AI 상담사가 긴급한 사태에 직면한 환자의 전화를 대신 받아 일을 처리하거나, 큰불이 나서 도저히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AI를 활용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굳이 하나님의 ‘창조’와 비교할 필요가 없으며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간이 개발하고자 하는 AI 기술은 그 정도에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의 기술 개발 정도와 방향을 지켜볼 때, AI는 인간의 통제를 받아, 인간이 시키는 일만 하는, 착하고 앙증맞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AI를 훨씬 뛰어 넘어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인간과 유사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기독교가 AI의 개발 방향과 속도를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는 이유다. AI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AI는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며, 인간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이 가능한 하나의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기독교적인 관점이 아니라 할지라도, 심지어 AI 기술자와 전문가들조차 AI는 기계지만 인간과 유사한 생명을 가진 ‘신인류’로 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두려워할 정도이다.


창조주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결정하는 생명의 창조를, 피조물인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해서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기독교인은 분명히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제가 ‘인간이 신이 된다’라고 말한 것은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입니다. 전통적으로 신만이 가지고 있다 고 생각했던 신성한 능력들을 인간이 갖춰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대표적인 능력이 바로 생명을 창

조하는 능력인데요.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과 생명 공학의 도움으로 직접 생명을 만들어 내고 창조하는 경

지에 이르렀습니다.


필자는 하라리가 인간과 AI의 관계를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AI를 단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사물로 보면서, 신만이 가진 능력과 영역에 대해서 인간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은 상상의 세계에만 존재하던 온갖 기계를 만드는 차원을 뛰어넘어,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까지 소유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AI를 만들어서 영원한 생명체를 만들려는 욕망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즉, 하나님께서 정하신 인간의 섭리에 대한 저항이자 대항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은밀하게 드러내고 있는 인간의 욕망은 세련되게 포장된 '죄'와 다름 아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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