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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Mar 02. 2019

세상의 시간은 너무 빠르다

3월 2일


편식하지는 않지만 사 먹지 않는 것들이 있다. 술, 음료수, 커피, 패스트푸드, 초콜릿, 사탕, 껌, 젤리... 누군가는 이런 내게 엄청 까다롭다 말하고, 또 누군가는 자기 몸은 엄청 챙긴다고 말한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먹기 싫은걸 억지로 먹고 싶지는 않다.

 

오늘 저녁은 1년에 한 번이나 먹을까 말까 하는 패스트푸드를 먹었다. 약속 상대가 햄버거를 꼭 먹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에 한 번먹자 하는 생각에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근처에 OO리아가 보였다. 새로 생긴 메뉴가 많았고 뭐가 뭔지 모를 사이드 메뉴도 새로운 게 많았다.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사람이 없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주문하는 기계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모든 주문이 기계화가 된 것이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주문이 어려울 게 있겠나 싶어서 별 걱정하지 않았다. 내 순서가 되어 기계가 안내하는 대로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계속 주문 실패. 나는 결국 사람을 찾았고 안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주문을 도와줬다. 노인도 아니고 이게 뭐람.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기계화가 되어 편하다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나만 불편한 걸까?


햄버거를 먹고 사진인화를 하러 사진관에 갔다. 스마트폰을 보여드리며,

"이거, 이거, 인화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앞에 보이시는 카카오톡 친구 추가하시고 인화할 사진 보내세요. 성함, 사진 사이즈, 연락처도 보내시고요."


이건 또 무슨 방식이지? 새롭다. 낯설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세상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흐르는데, 나 혼자 저만치 멀리 떨어진 기분이다. 이제 아날로그 인간은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살기 편해지는데 나는 오히려 더 불편해지고 있다. 왜 모든 것을 기계로만 상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기계와 친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기계와 서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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