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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Mar 03. 2019

나는 여전히 지도가 어렵다

3월 3일


어느 작가가 말하길, 여행길에서 지도를 본다는 건 이미 길을 잃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길을 잃었으니 빨리 지도를 보고 확인해야 할 것 같지만 어차피 잃은 길 지도를 본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단다. 이미 길을 잃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나?


요즘은 사람들이 모임 장소를 모바일 지도로 보내준다. 링크를 클릭만 하면 주소와 지도가 뜨고 위성, 로드뷰로 보는 기능까지 있다.


얼마 전, 홍대 구석 어딘가에서 진행된 모임 장소를 찾지 못해 고생한 기억이 있다. 모임 주최자는 밖으로 나와 나를 찾았고 결국 서로 현재 있는 곳을 지도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 기능마저 처음 사용해봤다. 지도에 보이는 우리는 가까운 근처에서 서로 헤매고 있음을 알았다. 지도로는 굉장히 근접한 거리였다. 그럼에도 20분을 더 헤매다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나도 모르는데 이미 스마트폰 지도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여전히 지도 보는 게 어려운데 지도가 나를 더 먼저 보고 있다. 사람이 지도를 보는 게 아니라 지도가 사람을 지켜보는 시대가 되었다.


장소를 알려줄 때 지도가 나오는 링크만 덩그러니 보내는 것보다는 글이나 말로 설명해주는 게 아직은 더 편하다. 이러니 옛날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젠 그런 말조차 아무렇지 않다. 인정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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