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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Mar 01. 2019

다시, 봄이 왔다

3월 1일


날이 좋아 마스크를 쓰고 걸었다. 어디까지 갔다 오자는 특별한 계획도 없이 걷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등에는 살짝 땀이 흘렀다.


'아, 날이 풀리긴 풀렸나 보다.'


아빠가 새벽 일찍 아침을 드시고 나가서 늦은 저녁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다. 땅을 파고 밭을 일구고 거름 준비와 평상을 손보며 하루 종일 밭에서 살기 시작하셨다.


'아, 이제 밭에 나갈 일이 많아지겠구나.'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가 결혼 준비를 거의 끝냈다며 봄의 신부가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청첩장은 꼭 만나서 주고 싶다고 조만간 브런치를 먹자고 했다. 햇살 좋은 날 예쁜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알아뒀단다.


'아, 이제 청첩장의 계절이 오는구나.'


옷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몸도 옷도 가벼워져야 하는 날이 오고 있다. 그만큼 마음도 가벼워지면 좋을 텐데 마음의 짐은 잡초처럼 잘도 자란다.


이렇게 다시,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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