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유독 말실수가 잦은 친구가 있다. 나는 그때마다 꼬박꼬박 지적한다. 공연 관련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종종 뮤지컬이나 미술관 관람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나를 초대해준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친구였다.
“이번 주말에 뭐해? 뮤지컬 초대권 받았는데 같이 보러 가자.”
“어떤 뮤지컬인데? 누구 나와?”
이렇게 평범한 대화에서도 친구의 말실수는 빠지지 않았다.
“너 이거 안 보면 후회할 걸? 케이스가 남달라. 누가 나오냐면...”
“케이스?..... 케이스가 남다른 건 어떤 거야?”
그때까지 자신의 말실수를 인지하지 못했던 친구를 계속 얘기를 이어가려 했다. 나는 그걸 또 그냥 넘기지 못하고 지적하고 말았다.
“스케일이 아니고 케이스야? 스케일이 남 다른 거지?”
갑자기 버럭 하는 친구의 목소리에 먹고 있던 쫄면이 목구멍에 걸렸다.
“야, 그거나 그거나. 20년 동안 듣고 살았으면 대충 좀 넘겨. 너 내 말 다 이해하고 알아듣잖아. 그럼 됐지.
그걸 지금도 지적하고 있는 너도 대단하다 진짜!”
우리는 20년을 이러고 지내와서 크게 미안하지는 않았다. 아직 다 먹지 못한 쫄면을 맛있게 먹기 위해 전화를 끊으려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친구가 계속 이어서 말했다.
“암튼 토요일에 남북 터미널에서 만나. 끊어.”
하아... 남북 터미널이라... 습관적으로 또 지적하려는데 전화가 끊겼다.
그래. 남북 터미널로 간다. 뭐 까짓 거 38선 근처도 아니고 죽기야 하겠나.
케이스가 남다른 뮤지컬 한 편 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