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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ul 30. 2018

책, 어떻게 읽을까?

영화평론가, 작가 이동진

영화평론가, 작가, DJ,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계의 다재다능한 스타 이동진.
작년에 방송됐던 어쩌다 어른에서 책과 영화를 통한 세상 이야기로 강연을 하셨다.
그 방송을 이제서야 봤다니....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 메모하며 시청했다.


<내 인생의 책>으로 이동진 작가님은 『환상의 빛』을 소개했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5617412    

        

                        

좋은 책은 독자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얘기할 수 있는 책이다.
편지 형식의 서간체로 되어있는 소설이고 한동안 책을 멀리했던 어른들이라도
문학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서 좋다.

이 책의 추천사로 이동진 작가님은 '시간의 소금기가 묻어있는 아름답고 쓸쓸한 문장이다.'라고 썼다.
그 의미를 생각하며 읽어봐야겠다.



-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

세상에 재밌는 게 정말 많지만 매일 8시간씩 꼬박 30일 동안 할 수 있는 게 뭔가 생각해보면 두 가지뿐이다.
일과 독서!!
아무리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도 매일 8시간씩 30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좋아하는 일이라도 어려운 법이다.
영화평론가이지만 영화도 하루에 최대 볼 수 있는 건 3편이다.
하지만 독서는 하루 12시간 30일 동안 하라고 하면 가능하다.
그만큼 질리지 않는 것이다.

독서에 흥미가 낮은 사람들은 '재미'의 진입 장벽이 조금 다른 것이다.
책이 재미로 느끼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단위 시간이 있다.
수많은 흥밋거리 중에 몸과 정신에 해로울수록 처음부터 재밌다.
재미를 느끼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행 및 공부의 연속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단계를 넘어서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단 어느 단계까지만 올라가게 되면 책만큼 재밌는 게 없다.


- 책 읽는 것도 습관이다 - 

가장 좋은 독서방법은 나만의 독서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습관은 개인이 세계에 맞서는 방식이다.
습관은 안정성을 주고 시간을 경영하는 방식이다.
습관으로 일단 시간을 채우고 나면 스스로 안정감을 갖게 된다.
그때 우리가 무언가를 하게 된다.
습관이 되면 책을 보지 말라고 해도 보게 된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끈질기고도 길고 싫증 나지 않는 오락이 책 보는 오락, 독서가 된다.

나에게 맞는 독서공간을 정하자.
그곳을 독서 장소로 인식하게 된다.
편한 곳에서 책 보기를 습관화해서 가장 잘 읽히는 상황을 연출하자.
스스로 뿌듯함과 좋아하는 환경에서부터 만족감을 느낀다.


-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

한국인의 독서량은 성인 기준 연간 9.1권이다. (2017년 기준)
책을 읽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읽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읽고 있진 않다.
가장 흔한 핑계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다.
자신이 왜 바쁜지 한 번 써 볼 필요가 있다.
가계부처럼 시계부를 이틀만 작성해보면 한눈에 일과가 파악된다.

일만 하며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시계부라는 것을 써보면
결코 일만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서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책보다 재밌는 것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고
다른 것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이다.
결론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 책 선택의 함정 -

어떤 책을 읽는지가 관건이다.
책 선정이 중요하다.

베스트셀러가 잘 팔리는 이유는?
많이 팔리니까, 많이 팔린다는 이유로 많이 팔리는 게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작동 원리다.
패리스 힐턴이 '유명'해서 '유명인'인 원리와 같다.

베스트셀러 중에서 좋은 책도 많지만 상당수의 책들은 잘 팔리기 때문에 잘 팔리는 책이 더 많다.

남들이 많이 사는 기준에 맞춰서 책을 선택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을 타인이 얼만큼 사느냐에 위탁하는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오직 문학, 소설만 읽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문학만 읽지 않고 비문학 서적만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식의 편중 독서는 적은 독서량보다 더 문제다.

중세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렇게 말했다.

한 권의 책만 읽는 사람을 조심하라.


또 독일 철학자이자 작가인 막스 뮐러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이다.


대상의 범주, 맥락까지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
차별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즉 범주와 맥락, 차이를 알아야 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하나만 아는 것은 
결국 전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 차별점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살면서 수많은 삶의 가치들이 있다.
그 가치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런데 단 하나만의 가치, 하나만의 잣대를 가진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다.


독서를 포함해서 넓고 다양한 '앎'은 꿈과도 연관이 있다.
요즘 10대 청소년의 꿈은 연예인이 많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멋지지만 모두 연예인을 꿈꾸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다수가 연예인을 꿈꾸는 이유는 연예인만 보기 때문이다.
TV를 많이 본다는 이야기다.

드라마틱한 상황의 TV 속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것이 꿈을 가장 극적으로 이루는
유일한 길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꿈들이 있는데 세상의 또 다른 길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어떤 한 분야에서 자신이 깊이를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넓이를 먼저 가져야 한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깊이의 선행조건은 넓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다면 더 많은 꿈을 꾸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회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독서'다.
독서는 세상을 만나는 쉬운 방법이다.


- 책, 항상 가지고 다녀라 - 

스마트폰을 보는 이유는 재밌기도 하지만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피하고 싶은 순간들에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본다.
어색함을 모면하기에도 딱이다.

만약 스마트폰의 휴대를 규제한다면?
때와 장소를 철저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고 반면 책 휴대를 법으로 지정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자의반 타의 반으로 독서량이 증가할 것이다.

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은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결국, 들고 다녀야 보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손에 직접 들고 다니는 것이다.
손에 든 책은 어떻게든 읽게 된다.

가방 안에 넣는 것은 차선,
손에 들고 다니는 게 최선이다.



- 완독의 부담감을 버려라 -

책은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어렵고 재미없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은 과감히 접어라.
그래야 독서를 포기하지 않는다.

책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 마라.
책은 당신을 모른다.

완독하지 못하면 버리면 된다.
아까우면 우선 책장에 꽂아놓아도 되고 중고로 되팔아도 된다.

어떤 방식을 쓰든지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도 안 읽히면 "아니면 말고~"의 정신으로 넘기자.

인생에서 꼭 읽어야 할 책은 없다.
모두가 좋다 해도 나는 아닐 수 있다.
내가 책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이 아니라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좋은 책일수록 진도가 안 나간다.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 아니듯
독서의 목적이 완독은 아니다.

책 읽는 시간을 위한 것이지 일고 난 후를 위한 것이 아니다.
독서는 과정이 곧 목적이다.
과정을 목적과 헷갈리지 말자.


- 독서 후 책의 내용을 꼭 기억할 필요는 없다 -

사람 인연과 비슷하다.
자주 어울리지만 내 인생에 영향력은 없는 사람과
가깝진 않지만 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있다.

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가까운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다.
책도 사람과 마찬가지다.

논문을 쓸 것처럼 열심히 읽은 책도 있지만 결말은 희미해도 은연중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내용은 잊어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기억도 안 나는 책을 왜 읽을까?
독서의 이유는 사고력과 감흥력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사고력, 조흥력, 감수성이 중요하다.
지향성이 독서의 동기이자 목표다.
책 속에 담긴 생각하는 법과 세상을 대하는 법을 배우려고 책을 읽는 것이다.
특정한 것을 기억하려고 보는 것은 아니니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죄책감을 갖지 말자.


- 책을 하대하자 - 

책을 안 읽을수록 책을 모셔둔다.
다루는 방법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메모를 하고 밑줄 긋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찢어도 된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라.

나만의 서재를 만들고 책을 구매해서 읽자.
그것도 독서 행위에 속한다.
기회비용이 높을수록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동진 작가의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1. 표지에 저자 얼굴이 있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2. 서문&목차를 읽는다.
저자 의도와 공력이 엿보이는 서문과 건축회사 설계도와 같은 목차는 
책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3. 무작위로 펼쳐서 읽는다.
저자의 가장 약한 급소인 3분의 2지점을 흝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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