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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08. 2019

수없이 거절당하며 살아간다

2월 8일


영업이 직업인 사람들에게 ‘거절’은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거절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굴욕감과 배신감을 느낀다. 온종일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갈 땐 하루가 얼마나 허무하고 많은 감정들이 오갈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영업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일상 속에서 수없이 거절당하며 살아간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망설이던 일이 있었다. 전문기관이나 학원이 아니라 어느 개인이 사람을 모집해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었다. 내가 망설였던 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혹시나 내가 너무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신청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는 ‘거절’ 답변을 보내왔다. 내가 내 돈 내고 참여하겠다는데 빈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게 거절당할 일인가 싶어 순간 불쾌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유를 알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대부분 경력 단절을 경험하신 주부님들이고, 소심하고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분들이라 배려하고 싶어요. 비슷한 환경에 계신 분들에게 힘이 되고자 만든 모임이거든요.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셔도 잘하실 분들은 굳이 받지 않고 있어요.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나 친절하게 거절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상대에게 할 말이 없었다. 거절하면서도 최대한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의 ‘거절’을 내가 다시 ‘거절’하려고 했으나 수긍하고 말았다.    


그때 대출을 권유하는 전화가 왔다. 받지도 않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내가 ‘거절’ 한 것이다. 거절을 당하고만 사는 게 아니라 나 역시 수많은 거절을 하며 살아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험가입, 대출, 인터넷 가입, 신용카드 가입 등을 권유하는 전화나 메시지가 온다. 지인들이 이것저것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것들을 대부분 거절하는 편이다.


거절하는 만큼 돌려받을 테니 앞으로 거절당할 용기를 좀 더 키워야겠다. 누군가의 ‘거절’을 내가 다시 ‘거절’하겠다는 유치한 생각 따위는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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