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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09. 2019

그게 끝이야?

2월 9일


꼭 뒷담화가 아니더라도 남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듣고 보면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뿐인 말이 대부분이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남 얘기로 말문을 연 후배는 유난히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언니, 있잖아요. 우리 회사에 이번에 입사한 신입이 결혼한대요. 24살밖에 안됐고 물어보니까 사고 친 것도 아니래요. 근데 왜 이렇게 빨리 결혼을 하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어요.”    


별로 궁금하진 않았지만 맞장구 쳐줘야 할 것 같아서 물었다.    


“뭔데?”    


무심하게 말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맞장구 표현이었다.    


“남자가 글쎄, 삼성에 다닌대요.”    


뭔가 얘기가 더 나올 것 같아서 후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그게 끝이야?



오히려 후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네. 삼성 다닌다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해요. 놓치기 전에 빨리 결혼해야죠.”    


“삼성 다니는 사람은 놓치면 안 되는 사람이야?”    


“그럼요. 최고 대기업에서 안정적으로 돈 잘 버는 사람인데 놓치면 바보예요.”    


4차 산업혁명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시대를 살면서 대기업에 다니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꽤 있나 보다. 삼성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삼성맨’이라는 말이 있다. 삼성맨은 한때 최고의 남편감이자 사윗감이었다. 내 친구 중에도 삼성맨과 결혼한 친구가 있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도 늘 남편이 ‘삼성맨’인 것을 자랑하느라 바쁘다. 처음엔 꼴 보기 싫었지만 이제는 좀 안타깝다. 자랑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허한 마음을 채우려고 하는 욕심인데, 자랑할 거라곤 일관되게 오로지 남편이 ‘삼성맨’이라는 사실뿐이니 얼마나 더 우려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개개인의 생각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삼성맨’에 대한 인식은 단연 ‘잘 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잘 나가는 거지, 그들이 잘 나가는 건 아니다. 나는 잘 나가는 회사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보다, 자기 스스로의 존재감으로 잘 나가는 사람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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