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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Oct 10. 2015

한국 뷰티테크 스타트업 현황에 대한 고찰(2)

왜 다채로운 뷰티 서비스가 생겨나지 못했을까

앞선 글에서 뷰티 시장 규모를 통해 뷰티테크 스타트업을 안 할 이유가 없지 아니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럼 이제 왜 못했는지에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단순하다.

 뷰티와 테크를 연결하는 발상을 하기가 어렵다.


뷰티 업계와 테크 업계는 분리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 두 영역을 연결하려면 양쪽에 모두 깊게 심취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뷰티 업계의 IT 기술 활용 현황을 보면 1) 네이버 지도 등록  2) 홍보 블로그 운영  3) 카톡으로 상담 운영 대략 이정도 인 것 같다. 이 마저도 안하는 곳이 엄청나게 많다. 게다가 필자가 다니는 몇몇 뷰티샵의 경우 아직도 페이퍼로 고객관리를 하는 곳도 있다. 생각보다 IT 기술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뷰티 쪽이란 이야기다. 나야 IT종사자라 이런 현상에 문제의식을 가졌지만, 비 IT 종사자가 문제의식을 갖기란 쉽지 않다. 뷰티샵 운영하시는 분들께 물어봐도 실제 이런 현황에 대해 큰 불편함과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테크 업계는 어떤가? 사실 모든 산업이 그렇겠지만 산업의 리드하는 건 주로 남성들이다. 여성 벤처는 전체 벤체 중 고작 8%(2014년)라고 한다. 뷰티 산업 특성상 여성들이 더 많은 관심과 아이데이션이 가능한 영역인데, 산업을 주도하는 것은 남성들이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때 뷰티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것이다. 특히 뷰티 커뮤니티, 큐레이팅, 예약, 뷰티 투어 영역은 철저히 그 필드의 경험이 있어야만 서비스 발상, 수요예측, 필드 내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라 남성들이 생각해내기 난해했을거라 추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뭄에 콩 나듯 뷰티테크 서비스를 발상하거나 시도하는 창업자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영역이 뷰티테크 영역이다. 뷰티테크는 순수 IT 서비스나 기술력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영역이 거의 없다.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계(예약/뷰티투어/O2O) OR 화장품이라는 제품과의 연계(커머스) OR 뷰티 콘텐츠와 그것들을 양산하는 뷰티 덕후들(커뮤니티) 중에 한가지 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 그럼 각 영역별로 어떤 애로사항과 리스크가 있는지 한번 분석해 보았다.


1. 예약/뷰티투어

최근 핫한 O2O 영역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듯 O2O는 오프라인 매장의 발굴/연계가 핵심인데 그 매장과의 제휴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플랫폼이 흥해서 손님을 왕창 물어다 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뷰티샵에게 줄 수 있는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제휴를 한다 하더라도 고객확보를 할 때에도 문제가 된다. 고객입장에서 할인이나 쿠폰이 제공되지 않는 이상 해당 플랫폼에서 예약을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비용으로 할인이나 쿠폰을 제공한다.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을 확보해서 플랫폼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그 때부터는 오프라인 매장과의 쇼부도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다. 최근 중국 O2O 기업들이 엄청난 자본금을 보조금으로 쏟아붓다가 망하는 것만 봐도 버티는 것이 참 어려운 문제란걸 알 수 있다. 때문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감수할 것을 작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영역을 시도하거나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2. 커뮤니티/큐레이팅

커뮤니티는 IT기술력만으로도 어느정도 진입하기 쉬운 영역 중에 하나이다. 다만 뷰티덕후를 모으고 콘텐츠를 양산하는게 핵심인데, 이런 덕후들은 이미 파우더룸과 같은 각 포털 카페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커뮤니티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유사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경쟁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화였을 것이다. 뷰티 커뮤니티는 수익화를 위해 결국 커머스로 진화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화장품을 온라인에서 마음 놓고 구매하기 시작한지가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즉 커뮤니티 성격을 띄는 뷰티 서비스는 뷰티 커머스가 정착된 이후에야 시도할만 하다는 이야기다.


3. 커머스

마지막으로 커머스이다. 아마 뷰티테크 스타트업의 시작도 그 종착지도 모두 커머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마음 놓고 구매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할 데이터를 찾아봤다.


온라인 내 화장품 거래액 추이

위의 데이터는 국가 통계 포털에서 확인한 온라인 내 화장품 거래액 월별 추이이다. 갈수록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화장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꺼려지는 품목 중 하나였다. 얼굴과 몸에 바르는 것이다보니 제조일자와 정품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고, 체험에 대한 니즈를 온라인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는 뭔가 나에게 이득이 되면 구매를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가격 경쟁력인 것 같다. 2010년 소셜커머스가 등장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파괴했고 이것이 특히 화장품 온라인 구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본다. 필자는 이 시점이 뷰티테크 스타트업의 도화선이라고 본다. 화장품이란 품목이 온라인에서 구매해도 되는 품목으로 인식된 이후부터 온라인 내 화장품 거래액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뷰티테크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업계에 획기적인 뷰티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시점과 화장품 거래액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미박스가 등장한 2012년, 우먼스톡이 등장한 2014년. 나의 가설은 많은 뷰티테크 스타트업들의 등장과 함께 뷰티테크 시장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인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앞으로 계속적으로 시장을 트래킹 해야겠다.



결론은 다양한 뷰티테크 스타트업이 아직 없었던 이유는 { 1)산업을 주도하는 것은 주로 남성이라 뷰티 아이디어를 발상을 하기 어려웠음  2)아이디어를 발상하더라도 사업화하기 난해한 시장 환경} 정도 요약할 수 있겠다.  지금은 다르다. 뷰티테크 스타트업들이 열심히 자리를 닦아준 덕분에 이제는 뷰티 용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고 이용자들은 다양한 뷰티 IT서비스에 익숙하다. 또한 뷰티는 더이상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이기도 하다. 진정한 뷰티테크 스타트업의 시대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의견 환영합니다!



[참고 자료]


‘女風당당’ 스타트업…여성벤처 비중 2007년 3.5%서 지난해 8.1%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205494


국가 통계 포털

http://kosis.kr/wnsearch/totalSearch.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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