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산업 시장환경 이야기
몇 달 전 <식당 리뷰 플랫폼이 성장 못 하는 이유 >를 읽으며 이것을 화장품 산업에 빗대어 생각해 보다가, '뷰티 리뷰 플랫폼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2013년 론칭해 8년간 생존해 있으며 꾸준한 성장 그래프를 그려나가고 있는, 뷰티테크 플랫폼에서 독보적인 지표를 자랑하는 <화해> 서비스가 성장 그래프를 그릴 수 있었던 이유들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고, 이 글은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트리거가 되었던 글 (감사합니다) https://vo.la/gQmDB
화해는 어떤 서비스?
화장품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화해 서비스에 대해 모를 수도 있어, 서비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다. 화해는 2013년에 론칭한 화장품 성분&리뷰 정보를 제공하는 '화장품 정보 플랫폼'이며, 핵심 지표는 이렇다. (2020년 9월, 최근 기준)
누적 다운로드 900만
누적 리뷰 500만
MAU 150만
등록된 제품 176,487
등록된 브랜드 11,329
매출은 2016년 8억 원(순손실 16억 원) > 2017년 31억 원 (순손실 2억) 2018년부터 정확한 매출 데이터를 찾아볼 순 없었지만 추정은 해볼 수 있다. 2017년 하반기에 론칭한 화해 쇼핑의 누적 거래액이 2018년 100억을 넘어섰고, 2018~2019년 화해는 몇 가지 광고 상품가를 대폭 상승시킨 바 있다. 화장품 산업의 광고선전비가 온라인으로 지속 이동 중이고, 화해의 트래픽과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인걸 감안하면 광고사업 매출은 최소 2 배수 이상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최소다 최소) 화해 쇼핑, 광고사업 만으로도 대충 매출 200억은 나오지 않을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8월 기준 '흑자' 상태라고 하니, 이 정도면 망하지 않고 '생존했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작년 2019년 자회사로 PB(Private Brand)를 론칭했고, 론칭 해인 작년 매출은 25억 원, 대강 분석한 바로는 승률이 높은 영역에만 마케팅비를 지출함으로써 실패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률이 최소 50%는 넘어설 것 같다. 이것은 화해가 8년간의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활용한 레버리지의 시작일지도 모르고, 앞으로의 이익률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 같다.
그렇다면 화해 서비스의 성장 요인은 무엇일까?
1. 정확한 시장의 문제(Pain point) 인식과 해결방법 제시
2. 2015년~2019년 급성장했던 화장품 시장 환경 (aka. 뷰티 버블 or뷰티 황금기)
3. 매우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단계별 진화 (AD > Commerce > Private Brand)
나는 성격이 급해 두괄식을 선호하므로, 내가 분석한 성장 요인 세 가지를 먼저 밝힌다. 위의 세 가지 모두는 결국 '화장품 업계'의 특성과 시장환경과 그 흐름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것을 분석하며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엮어내는 플랫폼 사업에서, '생산자'가 속한 업계의 우연적 필연적 흐름이 플랫폼 사업에도 얼마나 크게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이 성장 요인들에 대한 자세히 살펴보자.
2013년 론칭~2015년: 정확한 시장의 문제(Pain point) 인식과 해결방법 제시
화해 서비스는 2013년 론칭됐다. 당시 화장품 시장의 소비자들에게는 두 가지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있었다.
1. 모든 화장품의 전성분 정보 제공
: 2000년대는 소비자들이 스스로의 '알 권리'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시기로 일반 사람들,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 요구로 화장품의 전성분을 표시해야 한다는 법령이 2008년 시행됐다. 하지만 이것은 화장품 용기나 포장제에 해당되는 사항이어서,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는 마케팅에 유리한 '핵심 성분'만 표기한다던가 하는 편법이 만연했다. 온라인 상에서 화장품 전성분을 필수 표기해야 한다는 법은 2017년 2월에서야 공식적으로 개정되었고, 그 이전까지는 온라인 상에서 화장품의 전성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화해에서만 모든 화장품의 전성분을 확인할 수 있으니, 화장품 구매 전 전성분이 궁금한 사람들은 이 앱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우 구매 전, 화해에서 전성분을 확인하는 구매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16년 화해 앱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2014년 100만 > 2015년 200만 > 2016년 500만 > 2018년 600만 > 2019년 700만)
2. 화장품 성분의 좋고 나쁨의 기준 제시
전성분 정보를 알게 된 소비자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성분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 좋고 나쁨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해는 단순히 전성분 정보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이 성분이 좋고 나쁨을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를 주었다. 화해가 직접 좋고 나쁨은 판단한 것은 아니고 미국의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라는 비영리 환경단체에서 만든 안전도 등급을 활용해 비주얼 라이징 해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정말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가져다가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잘 버무려서 보여준 것이다. (나는 사실 기획은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EWG에서 제시하는 등급이 백 프로 과학적이라거나 정답은 아니고 논란도 꽤 많았지만, 어찌 됐든 어떤 기준이든 기준이 필요했던 2013년 당시에 이 기준은 소비자들의 구매의사 결정에 주요한 지표가 된다. 아래의 이미지들이 화해에서 제공하는 성분 정보이다.
이처럼 당시 시장의 문제들, 소비자가 필요로 하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 해결함으로써 화해는 큰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2013년 론칭해 다음 해 2014년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2015년 2월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11월에 나이스 그룹에 인수되며 자회사로 편입된다. 론칭 2년도 채 안돼서 나름의 엑싯을 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라, 초기 멤버들이 쭉 함께해 IPO까지 내다보는 듯하다.
어쨌든 정확한 시장의 문제를 해결했고, 마침 경쟁 서비스도 없었던 터라 2013년 론칭 후 2015년까지 초기 시장 진입을 매우 부드럽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하게 된다.
2015년~2019년 : 뷰티 버블을 타고 버블버블
2015년에서 2019년 사이는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했던 시기다. 나는 이 시기를 대한민국 뷰티 버블 시대 또는 뷰티 황금기라 부른다. 마치 한국의 88 올림픽, 일본의 황금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이때에 대한민국의 화장품 시장은 정말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게 말로 들으면 감이 없으니 통계 데이터를 함께 보도록 하자.
1. 수출입을 포함한 화장품 산업 규모 자체의 성장
수출, 수입을 모두 포함하는 산업의 규모이다. 2011년~2016년 사이 화장품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데, 2014년도는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이례적인 대박 신화를 만들던 시절이다.
화해 서비스는 국내를 타기팅하기 때문에 수출을 포함한 이 지표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해외 수출로 자본금이 많아진 화장품 브랜드사가 많아졌다는 말은 곧 화해의 b2b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지불자의 자금력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화해의 첫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 사업'이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되는 밑바탕이 된다. 사실 화장품 업계는 2010년 이전에도 아모레 퍼시픽/엘지 생활건강/애경과 같은 대기업 위주 시장이었기 때문에 원래 자금력이 있는 플레이어들 중심 있었지만, 해외 수출로 중소/중견기업들의 성공이 많아지면서 지불력이 높은 플레이어들이 더 증가한다. 그러니까 화해의 b2b 비즈니스 모델 지불자들이 개부자(부럽다...)가 되었다는 말이다.
2. 뷰티 브랜드들의 폭발적 증가
1번의 대박 신화 때문이었을까. 2014년에서 2019년 사이에 뷰티 브랜드들이 미친 듯이 생겨났다. 그래프를 보면 정말 미친 듯이 생겨났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가장 최근인 2020년 9월 30일 기준으로 대한민국 식약처에 등록된 '화장품 제조판매업(이게 브랜드의 공식 업종명이다)' 등록건수는 총 19,038개(1만 9천여 개)이다. 플랫폼 서비스는 제공되는 콘텐츠 양이 많으면 트래픽을 증가시키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유리해진다. 일단 깔아놓는 상품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등록 상품수' 자체가 주요 지표로 관리되는 이유다. '제품수'는 브랜드 수에 비례하므로, 이런 시장의 흐름을 타고 화해에 등록되는 제품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브랜드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화해의 b2b 비즈니스 모델의 지불자가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이런 시장의 흐름은 화해에게 있어 확실한 기회였을 것이다.
3. 국내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 증가
게다가 2016년 전후로 화장품의 온라인 거래액도 함께 성장한다.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 성장에 기여한 요인도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2016년 전후는 화장품 소비 주류층이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 Z'세대로 변환되는 시기였고, 이 시기에 '디지털 네이티브' 전략으로 크게 성공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온라인 화장품 구매 경험을 정량적으로 상승시켰다. 이 시기에 등장한 플레이어들이 에이프릴 스킨(2014년), 미 팩토리(2015년), 블랭크(2016년)이다.
이 정도면 2014년-2019년 이 시기를 뷰티 버블, 뷰티 황금기라도 부를 만하지 않은가.
2008년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시장에 안착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초래한 pain point를 해결한 서비스를 2013년 론칭해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한 화해는, 2015년부터 시작된 뷰티 브랜드들의 양적&경제적 성장과 함께 서비스도 동반 성장했다. 화해가 나이스 그룹에 인수된 2015년 말까지도 별다른 매출이 없었고, 2016년도부터 매출액이 생겼다는 건 아마 우연이 아닐 거다.
그렇다면 매출이 생기기 시작한 2016년부터는 어떤 식으로 돈을 벌었고, 확대해 나갔을까? 화해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매우 이상적인 순서로 수익 모델을 전개해 나갔다. 바로 이런 순서로 말이다.
AD(광고) > Commerce(커머스) > 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화해가 정석대로 수익모델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이 글의 영감을 제공해 준 '식당 리뷰 플랫폼이 성장 못하는 이유'의 서비스 제공자인 '식당, 요식업계'와 대비되는 '화장품 업계'의 특성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대충 쓰려고 했는데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 힘드니까 이건 다음 편에 이어서 쓰겠다.
*저는 화해와 그 어떤 사적, 공적 관계도 없는 무관한 사람입니다, 오히려 뷰티 브랜드 마케팅 일을 하며 협업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던 사람입니다(_ _)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학습, 취미를 위한 글입니다.
*글을 쓰며 참고했던 기사들과 데이터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thebk.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205
https://nedrug.mfds.go.kr/pbp/CCBBA01/getList?totalPages=1520&page=1&limit=10&sort=&sortOrder=&searchYn=true&cobCode=W&entpPermitDateStart=2001-01-04&entpPermitDateEnd=2020-09-30&bossName=&entpName=&btnSearch=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5/454235/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8100960671
http://www.ddaily.co.kr/news/article/?no=178658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5193764g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8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