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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스턴휴 Apr 19. 2022

일기-06

Wanderlust.07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 2013년 즈음…


성경을 단 한 번이라도 정독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성경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책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냥 가장 중요한 단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을, 일주일이 왜 일주일인지(창세기전), 지금이 왜 서기 2022년인지(예수가 태어난 연도가 원년이다)만 생각해도 그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아무 종교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종교의 영향성을 부정하는 사람도 아니다. 거의 모든 영어권과 스페인어권 사람들의 이름(존, 조시, 데이비드, 매튜, 팀, 사뮤엘, 나오미, 메리, 사라, 아비가일, 엘리자베스 등등…)들과 도시 이름(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샌안토니오, 상트페테르부르크, 로스앤젤레스 등등…)들은 다름 아닌 성경에서 기원했다.


성경은 근대, 현대 서양세계의 근원이다, 그리고 미국의 근원이다. 나는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미국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서 하는 행사 중의 하나는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는 맹세다. 아니 미국은 돈에 이미 신에 관한 문구가 박혀 있는 나라이다, “In God We Trust.”


“In God We Trust”


성경의 역사서에 사무엘기를 살펴보면 이스라엘 제3대 임금 다윗(다윗과 골리앗의 그 다윗이다. 영어 발음:데이비드)은 이렇게 말한다 “맹인과 다리저는 사람은 집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맹인과 다리저는 사람은 집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성경을 읽다가 뜬금없이 이 구절에 맞닥뜨렸을 때 나는 한 친구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이 구절이 성경에 거의 처음 나온 장애인에 관한 상징적인 구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게 장애 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 친구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그녀 자체가 장애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벙어리셨다.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운 언어는 영어도 스페인어도 아닌 수화였다. 그녀의 ‘모어’는 ‘수화’인 것이다. 난 처음으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대화하는 모습을 경이에 찬눈으로 지켜봤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까지 내가 본 수화는 이제는 거의 클리셰나 다름없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의 수화공연과 뉴스를 볼 때 수화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있는 것 등을 보았을 뿐이다. 한국어와 영어의 수화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수화의 기본 중의 기본은 언어와 다를 바 없이 알파벳이다. 한국어 수화는 잘 모르지만, 영어 수화는 이렇게 알파벳들을 수화로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단어를 만들어 소통을 진행할 수 있다. 나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말 못 하는 사람들을 부모로 둔 말 하는 사람의 의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사람과 대면하고 소통하는 것이 점점 더 줄어들어가는 현대사회가 맹인이나 벙어리인 사람들에게는 저 성경구절에서 말하는 집과 마찬가지로 느껴질 것이다. 그들의 언어소통수단은 사람과 ‘대면해야지만’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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